[데스크칼럼] ‘할당제’로 만드는 창조경제 - 선년규 온라인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4-09-24 10:4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용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창조경제’를 붙인 이 센터는 원래 올초부터 세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대전지역 센터가 문을 열었고, 4월에는 대구지역 센터가 개소했다.

이 센터들은 그동안 눈길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지역 센터를 방문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미래부는 전국 17곳에 세워질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기업들과 연계해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박 대통령이 방문한 대구는 삼성이, 대전은 SK, 부산은 롯데, 경남은 두산, 인천은 한진, 광주는 현대차, 전남은 GS, 강원은 네이버, 제주는 다음 등 내년까지 주요 대기업들이 전국 각 지역과 연계하게 된다. 아직 세워지지 않은 지역 센터들은 내년 말까지 모두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 센터들은 이번 정부가 정책 구호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차용해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이름 붙여졌지만, 한마디로 설명하면 창업지원센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계획대로라면 정부-대기업-벤처·중소기업이 3각편대를 이뤄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제대로된 창조경제를 이끌게 된다. 실제로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이나 창업자들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과 상품개발, 판로,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원받는다면 더없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같은 기업들의 창업지원센터의 모델은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구글캠퍼스라 불리는 이런 센터를 통해 신기술과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계속 찾아 나서면서 글로벌 선두 IT업체로서의 지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구글캠퍼스는 창업가들에게 작업공간, 통신망, 카페공간을 제공하면서 전문가 멘토링과 투자자 연결 등 창업 준비생들의 창업 생태계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영국과 이스라엘 등 2곳에 세워져 있는 구글캠퍼스의 3번째 캠퍼스가 내년 초 서울 삼성역 인근에 설립된다. 구글로서는 한국의 IT생태계에 직접 뛰어들 수 있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서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T업체들에 비해 글로벌 업체들에 호감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내 환경도 캠퍼스 설립 장소로 서울을 선택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구글캠퍼스처럼 벤처와 창업의 산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지난 20여년간 국내에선 벤처를 부양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수없이 시행됐으나, 별다른 성과를 낸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아이디어가 산업으로 이어지는데는 하향식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되는 이유다.

대기업들을 지역별로 할당하면서 뒷이야기가 무성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각 지역에 사업 거점을 둔 대기업을 끌어들여 창조경제를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대기업으로서는 일방적으로 할당받은 지역에 뭔가를 해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어떤 기업은 미래부로부터 통보만 받은 상태로 어떤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의 ‘지시’로 등 떠밀려 만드는 지역 센터에서 대기업들이 얼마나 역할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프로야구나 축구를 지역별로 할당하듯 창업지원에 대기업을 지역별로 할당해 경쟁시킨다고 해서 제대로 된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지도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할당에 따라 모양새만 따라갈 경우 단기적인 전시성 정책에 그칠 공산도 크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의 구상안에 맞춰 지역창조경제협의회를 구성하고, 센터를 만든다는 계획만 있을 뿐 자발적인 실행이 뒤따라오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벤처와 창업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하향식 지침이 아닌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이를 뒷받침하고 밀어주는 분위기가 먼저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시장도 공정해야 한다. 창업자금이 손쉽게 조달되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수익을 좇는 게 기업의 생리지만, 벤처와 창업자들의 의욕을 꺾는 대기업들의 횡포를 막는 것도 필요하다.

이같은 환경조성은 뒤로 한 채 대기업의 등을 떠밀어 지역별로 책임을 지라는 것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강철원 사육사, 푸바오 만나러 중국행…팬 카메라에 포착
  • '나솔사계' 20기 정숙♥영호, 이별 후 재회…"새벽 4시까지 기다려, 35조항 납득"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현대차, 하반기 ‘킹산직·연구직’ 신규 채용 나선다
  • 경찰 "시청역 사고 전 CCTV에 부부 다투는 모습 없어"
  • 푸틴 “트럼프 ‘종전계획’ 발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중”
  • “고액연봉도 필요 없다” 워라벨 찾아 금융사 짐싸고 나오는 MZ들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14:25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8,109,000
    • -6.27%
    • 이더리움
    • 4,149,000
    • -9.07%
    • 비트코인 캐시
    • 447,300
    • -12.64%
    • 리플
    • 581
    • -10.75%
    • 솔라나
    • 182,000
    • -5.45%
    • 에이다
    • 479
    • -13.85%
    • 이오스
    • 664
    • -14.65%
    • 트론
    • 177
    • -2.21%
    • 스텔라루멘
    • 115
    • -9.45%
    • 비트코인에스브이
    • 48,650
    • -15.39%
    • 체인링크
    • 16,730
    • -11.67%
    • 샌드박스
    • 373
    • -13.8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