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다수결이 죄악은 아니다

입력 2014-08-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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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경제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한국은 단군 이래 황당한 일이 오히려 당연한 상식처럼 통하는 ‘황당 공화국’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그런데 암만 황당 공화국에서 벌어진 무수한 황당 시리즈 중 하나라고 그냥 웃음 픽 지으며 넘어가려고 해도 요즘 ‘정치’란 것이 굴러가는 모양새를 볼라치면 이건 참말로 황당해도 너무 황당하다.

필자를 황당 패닉에 빠뜨린 것은 바로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놓고 야당이 다 합의된 안을 우지끈 바숴버리더니 여당에 합의안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친 것이다. 더구나 임시국회 마지막 날 초치기 하는 수험생처럼 지도부가 무슨 합의안인가를 이끌어냈지만 그나마 타고난 반대 본성을 못 버리고 의총에서 화끈하게 부결시키는 일도 아무 거리낌 없이 감행했다. 무조건 반대하고 판을 깨는 야당의 본성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일종의 쾌거였다.

그런데 더 가슴 졸이는 일은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자본시장법, 의료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만행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의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법은 2012년 7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의 줄기찬 반대로 아직 제대로 국회에서 논의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연도가 바뀌었다고 야당이 두 손 두 발 들어 흔쾌히 수용한다는 건 애당초 기대 불능이다. 정부는 다른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관광진흥법과 의료법) 등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야당은 역시 맹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법안들이 그냥 정부가 적당히 생색이나 낼 요량으로 내놓은 법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호의 목숨줄이 걸린 법안들이다. 가령 4대 복합리조트 건설은 8조7000억원의 투자유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투자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제시한 투자효과가 온전히 달성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그 투자효과 금액의 3분의 2만, 아니 반만 달성된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없는 살림살이에는 대단한 보탬이 될 것이다.

반대 본성으로 충만한 야당과 팍팍한 줄다리기를 하며 가까스로 법안들에 합의하더라도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엄청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모든 정책에는 골든 타임이 있고, 이 정책은 아무래도 앞으로 1개월 이내일 텐데 법안이 발효되는 시점은 아마 1개월은 가볍게 넘겨주리라 자신한다.

이 지점에서 여당이 하나 잊고 있는 걸 되새겨주고 싶다. 여당은 다수당이다. 그리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안티의 대명사다. 그렇다면 합의가 꽉 막혀 있을 때 여당은 다수당이라는 포지션을 충분히 활용해 다수결로 가결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다수당의 표 행사를 죄악시하는 묘한 전통이 있다. 하지만 다수당이란 지위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부여한 것이고 그 권한을 행사하는 건 절대 죄악이 아니다. 그건 민주주의다.

하나 더 지적하자면 한국의 국회법이 지나치게 합의 처리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타협을 해주는 상황이라면 국회법은 존재 의미가 있고 작동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야당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웅혼한 전통이 있다. 따라서 국회 제도도 한국 상황에 맞춰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야당의 정치 문화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한국에선 보수건, 진보건 야당만 되면 무조건 반대 이외의 단어는 모르는 아이가 된다. 지금 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에도 그랬다. 결국 야당이 협조하고 화합하는 정치 문화가 절절하다. 만일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그때부터 모든 게 선순환 구조로 바뀐다. 여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일 이유도 없고 국회법을 지금처럼 놔둬도 아무 상관 없다.

그런데 이런 문화는 자기 당이 여당 될 것을 모르고 반대 본능에만 충실한 정치적 지능지수 80 이하의 한국 정치인에겐 애초에 기대하기 힘들다. 유일한 처방은 유권자들이 짐짓 총궐기해 말도 안 되는 야당에 표로 심판하는 것밖에 없다. 아무리 지능이 낮은 한국 정치인도 자꾸 선거에서 엄청난 패배를 당하면 뭔가 뇌리에 한점 각인이라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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