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상암동 주택가 한복판 일본군 관사, 문화재일까?

입력 2014-08-18 15:18 수정 2014-08-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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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첨단센터 건너편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는 1930년대 일본군 관사가 복원돼 있다.(사진=송형근 인턴기자)

올해로 69주년을 맞는 8.15 광복절.

누구에겐 해방의 날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지우고 싶은 패배의 날로 기억될 겁니다. 적어도 우리로서는 억압된 식민시대를 끝내고 새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뜻깊고 상징적인 날입니다.

그런데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일본군 관사가 일반에 개방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8.15 광복절과 맞물린 '묘한' 시점에 말이죠.

그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일본군 관사입니다. DMC첨단센터 길 건너 맞은 편, 인근에 아파트들과 공원 사이에 떡 하니 식민지 시대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관사는 겉보기엔 평범한 목조 건물입니다만, 지난 1930년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일본군 장교들이 묵던 숙소와 일반 장병용 막사 등 2동의 건물과 부엌 터 등으로 구성, 침략의 야욕을 드러냈던 일제의 잔재가 고스란히 복원됐습니다.

실제 둘러보곤 많이 황당했습니다. 방과 후 귀가하는 아이들, 공원 마실 나온 인근 주민들이 매일 마주치는 게 이 일본군 관사이기 때문입니다. 앞에는 동네 쉼터인 부엉이 근린공원, 걸어서 1분 거리엔 버스정류장이 있어 주민들은 매일 일상에서 뼈아픈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길 건너편에는 일본인 학교까지 있는 '묘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쉼터인 부엉이 근린공원을 앞에는 일본군 관사가 있다.(사진=송형근 인턴기자)

도대체 일본군 관사가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이는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근 택지 개발을 진행하던 SH공사가 공사 도중 일본군 관사 터를 발견한 것이죠. 당시 SH공사는 문화재청에 의뢰,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13억 원을 들여 복원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원래 있던 자리에는 주택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에 이곳에 이전해놓은 것이죠.

문제는 2010년 10월 복원이 완료되며 발생합니다. 비슷한 시기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며 주민들의 생활권에 일본군 관사가 겹치게 된 겁니다. 주민들은 "치욕적인 역사를 문화재로 활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복원이 완료된 2010년 10월부터 마포구청에 탄원서를 넣습니다. 2012년 SH공사로부터 일본군 관사의 관리권을 마포구청이 양도받았기 때문입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부터 한달간 일본군 관사에서는 '독립열사의 말씀 강병인의 글씨로 보다' 전시회가 열린다.(사진=송형근 인턴기자)

주민들의 반대에 문화재 등록이 되지 못하고 4년을 방치됐습니다만, 광복절 하루 전인 지난 14일 마포구청은 효성의 후원을 받아 독립투사와 관련된 전시회를 엽니다. 마포구청 입장에서는 13억 원을 들여 복원한 '문화재'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죠. 일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항상 있었지만, 치욕스러운 역사의 잔재물도 역사적 교훈을 주는 우리 '문화재'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말입니다.

과연 아파트 단지 코앞에 존재하는 일본군 관사가 문화재일까요.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일본군 관사라니 의아한 점이 많습니다. 이 관사가 일제가 처음 한국에 지은 막사로서 침탈 역사의 원흉이거나, 독립투사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얼이 서린 교훈적인 곳도 아닌데 말이죠.

주변과의 조화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일본군 관사. 지나온 모든 과거가 역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일까요. 뼈아픈 과거와 치욕스러운 경험이 꼭 기억될 필요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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