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누구에게 환율쇼크인가?

입력 2014-08-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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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상당수 언론들이 수출 대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환율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기아자동차가 대표적인 경우다. 기아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76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263억원에 비해 31.7% 하락했다. 특히 자동차 판매 대수는 늘어났는데도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원화 강세(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해외에서 같은 가격으로 팔았을 때 원화로 환산했을 때 얻게 되는 수입이 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실은 그 동안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환율효과’에 힙입어 부풀려져 왔다고 주장해온 게 우리 연구소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이후 그 같은 환율효과가 소진되면서 수출 대기업들의 영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2007년 말~2008년 초 원달러 환율이 920원대까지 떨어졌던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원화 약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출 대기업들을 위해 줄기차게 원화 약세를 유도해왔다. 그 결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화폐 가치가 계속 강세를 띠는 상황에서도 원화 가치는 1960년대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입업체나 중간생산업체, 그리고 일반 가계들을 희생해 수출 대기업들을 보조해주는 꼴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최근의 원화 강세 현상은 과도하게 올라 있던 환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환율이 과도하게 올라 일반가계가 고물가에 시달리고 내수가 위축됐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이 환율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그때 대다수 한국언론은 거의 단 한 번도 ‘환율효과’를 거론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 대기업들에게 불리해지자 ‘환율쇼크’ 등의 표현을 동원해 한국경제가 큰 위기에 처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대다수 한국 언론들이 어느 편에서 사안을 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언론에서는 수출시장에서 대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원화 강세는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아베노믹스가 실시되기 전까지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 엔화가치가 30~40% 급등한 수준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여왔다. 언제까지 국내 수출 대기업들이 고환율에 기댄 채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언론들은 기아자동차의 영업 실적이 나빠진 또 다른 이유를 간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국내 판매실적 감소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차 시장에서 기아차는 내수보다 수출 시장의 판매 대수가 월등히 많다. 하지만 고급 모델로 가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내수 판매량이 많다. 상대적으로 고급 모델 판매를 통한 이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내수 판매 감소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같은 차종이라도 수출제품에 비해서 내수제품의 마진, 곧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거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입차 등의 공세에 따라 국내 판매 실적이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이익률 감소가 컸을 공산이 높다. 하지만, 이 부분을 짚은 언론 보도는 거의 없었다. 원화 강세 타령만 늘어놓은 것이다.

물론 원화 절상은 수출 대기업에게는 단기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경제주체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는 환율 효과를 균형 있게 다루지 않고 광고주인 수출 대기업 입장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편파보도다. 또한 자동차업계의 실적 부진을 순전히 원화 강세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대중들에게 원화 강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왜곡보도다. 이런 보도를 일삼은 언론들은 통렬히 반성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광고주인 수출 대기업들에게 영혼을 파는 기사만 쏟아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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