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

입력 2014-08-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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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한숙기 대표]
상상초월의 경악한 윤일병 사건이 아직 세월호상 중인 우리 국민의 모럴을 또다시 강타했다. 가혹함이나 패착의 정도가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는 점과, 몇몇 개인에게 귀인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의 난맥이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그 맥을 같이한다. 인간 생명의 고귀함이 이리 쉽게 짓밟히는 구조 속에 산다는 현실감이, 개인의 존엄성이 조직의 논리 앞에 이리 간단히 무력화되는 사회라는 자각이, 그래서 그런 일이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체감이 우릴 먹먹하게 한다.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폭력성, 자신의 안위 앞에서 인권에 대한 무감각, 뻔뻔한 사후 조직적 은폐 등은 인간을 동물의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데 충분해 보인다. 도대체 왜? 어떻게? 그 원인을 군대 시스템 이전에 교육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인성교육은 제거된 채 1등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으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자라며 분노조절장애가 이미 청소년기에 시작된 것일까?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자란 청년들이 아직도 전근대적 군대 시스템과 조우하면서 비극성이 폭발한 것일지도.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가수를 꿈꾸며 홀로 공부방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듬직한 아들이자, 그 자신도 선임병의 괴롭힘에 고통을 받았던 청년, 신앙심 깊은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어하고, 군대를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곳으로 규정했던 청년, 방사선사가 돼 어머니의 어깨를 고쳐 드리고자 했던 청년, 나도 당해 봐서 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던 청년, 우리처럼 자기 삶에 대한 꿈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가진 평범한 보통의 청년들이었다. 그들이 왜 어떻게 악마적 행동을 하게 됐는가?

우선 군대 폭력이 집단적 현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인 사람들도 사회 내의 어느 집단에 속하면 집단적 이기주의자로 변모한다고 이미 1930년대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가 ‘도덕적 개인 비도덕적 사회’에서 설파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희생해 가면서 타인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집단은 개인과 비교할 때 충동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이성과 자기극복 능력,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수용하는 능력이 훨씬 결여돼 있다. 사회는 종종 계급적 충동이나 집단적 이기심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특권계급의 집단적 이기심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부정의는 조정이나 타협에 의해 해결될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개인의 도덕과 사회정치적 정의가 양립하는 방향에서 그 해결이 모색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 있는 개인의 다짐과 변화가 곧 집단과 사회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없다. 폭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 인간 관계의 표현이다. 인간 관계와 그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보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또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 유명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나 스탠리밀그램의 권위 실험은 사람들이 얼마나 권위에 잘 복종하며 폭력성을 구사하는지를 보여 줬다. 권위 체계 안으로 편입되면 권위자의 욕구를 채워 주는 대리자적 상태에 놓이게 되고 더 이상 자기 행동에 책임감을 갖지 않으며, 스스로를 권력자의 소망을 달성하는 도구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최근 인문학의 복원과 함께 합리적 이성보다 감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한국 사회는 피로 사회에서 오는 분노의 과잉, 탈감정 사회로서의 감정의 거세라는 두 가지 감정 모드에 휩싸여 있다. 분노할 일에 정당히 분노할 줄 알아야 할 것이며, 집단의 힘을 빌어 내면의 폭력성이 파행적으로 폭발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인간에게 매우 강력하고 지배적인 본능이다. 따라서 집단과 그 집단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폭력은 줄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나 심리적 수행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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