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괜찮아 사랑이야’, 장애를 바라보는 노희경 작가의 특별한 시선

입력 2014-08-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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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는 장애에 대한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오영(송혜교)이 오수(조인성)와 눈 쌓인 산 정상에서 얼음꽃들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나누는 장면은 장애에 대한 역발상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잘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마음의 소리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온 노희경 작가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좀 더 본격적인 장애의 문제를 다룬다. 여주인공 지해수(공효진)는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다. 그리고 그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재열(조인성)이라는 연예인만큼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는 그 화려함 이면에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 맨발로 무작정 집 밖으로 도망쳐 나오곤 했던 그는 성장한 후에도 그렇게 도망 중인 자신을 한강우(디오)라는 가상의 분신을 통해 마주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지해수라고 해서 트라우마가 없는 건 아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봐 왔던 엄마의 불륜 때문에 남자와의 스킨십을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 또 그녀와 함께 홈메이트로 살아가는 박수광(이광수)이나 선배 의사인 조동민(성동일) 역시 마찬가지다. 박수광은 투렛증후군으로 긴박한 상황이 되면 틱 장애가 발병한다. 조동민은 그나마 가장 정상적(?) 인물이지만 그 역시 이혼과 재혼 그리고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힘겨움을 겪고 있다.

즉 드라마의 제목은 ‘괜찮아 사랑이야’지만 괜찮은 인물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감기처럼 정신질환 하나씩을 트라우마로 갖고 살아간다. 심지어 의사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이 ‘괜찮아 사랑이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것. 정신질환은 그저 고치면 되는 병일 뿐이고 그것을 고쳐주고 괜찮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타인의 따뜻한 사랑과 시선이라는 것.

‘괜찮아 사랑이야’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여러 부분에서 나타난다. 즉 굳이 조인성 같은 조각 미남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 자체가 그렇다.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생각. 그것은 아마도 험상 궂는 인상으로 무언가 저지를 것 같은 불안감을 주는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조인성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외모에 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정을 일으키는 그런 이미지.

이것은 조인성이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지금껏 가장 잘 소화해내는 연기 중 하나다. 그가 일련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세워놓은 그만의 이미지는 겉으론 세게 보이지만 사실은 한없이 부서질 듯 가녀린 심성을 가진 남성이다. 오열을 하면서도 전화기 저편을 향해 애써 괜찮다고 말하는 조인성의 이미지는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쿨한 현대인의 이면에 놓여진 상처로 그려진다. 누구나 동정심을 갖게 만드는 그런 상처.

코믹한 캐릭터로 더 친숙한 이광수가 그토록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는 이유가 스스로도 밝혔듯이 “투렛증후군 환자들이 희화화되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건 이 드라마에 임하는 작가나 연출자, 출연자들이 얼마나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 깊은 배려의 시선을 갖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정신질환자를 ‘싸이코’로 바라보는 시선. 그 불편한 시선을 노희경 작가는 조인성이라는 여심을 흔드는 배우와 공효진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퀸을 통해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꿔 놓고 있다. 장애를 보는 편견에 던지는 일침은 그래서 부드럽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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