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검찰과 경찰의 문제만이 아니다

입력 2014-08-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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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어느 나라 검찰과 경찰이 이럴까. 유병언 사건을 통해 다시 확인된 이들의 관계가 걱정이다. 검찰은 별장을 수색하고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유병언을 놓쳤고, 경찰은 산 속에 있는 그를 두고 차량검문에 올-인하는 헛발질을 했다. 모두 공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그러나 한심한 것은 이들 두 기관만이 아니다. 총리실과 청와대 등 이들의 상급기관은 더 한심하다. 이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일을 이들에 맡겨둔 채 그냥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이들 두 기관이 어떤 관계인지 우리 모두 다 안다. 경찰수사권 독립 문제에서 비롯된 다툼이 이제는 조직 전체의 자존심을 건 싸움으로 번져 있다. 검찰은 기회만 있으면 경찰의 부조리와 무능을 증명하려 하고, 경찰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검찰의 능력도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특히 이번과 같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사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자신의 능력과 상대의 무능함을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홀로 앞서 나가고, 숨기고, 심지어 상대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공조는 멀리 갈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빤한 이런 상황을 두고 총리실과 청와대 등 이들을 관리하는 상급기관들은 무엇을 했나. 공조를 잘 하라는 ‘말’ 외에, 또 이들이 형식상 차려 놓은 합동수사본부 등을 지켜보는 것 외에 특별히 한 일이 없다.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이번 사건만 이런 게 아니다. 비슷한 일들이 정부 내 곳곳에서 목격된다. 행정기관 간의 갈등과 대립이 커지고 있는데도 상급기관들은 그저 팔짱만 끼고 있다. 조정의 메커니즘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정기관 간 갈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 아래 모든 정부기관이 한 몸이었다. 조정체계 또한 발달할 이유가 없었다. 기관 간 대립이나 갈등이 일어나기 힘들고, 일어나 봐야 청와대에서 날아오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수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대통령만 해도 더 이상 과거의 그런 존재가 아니다. 각 행정기관에 대한 통제권도 크게 약화되었다. 반면 행정기관들의 독자적 입장은 강해졌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공무원 노조가 생기고, 그리고 시장과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고객집단의 힘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행정기관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관 간 갈등과 마찰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복지지출 문제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마찰이 일어나고 있으며, 과학교육 문제를 두고 교육부와 미래부가 부딪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그 한 예에 불과할 뿐이다.

갈등과 대립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는 때로 행정기관 상호 간의 견제로 작용하면서 정책결정과 행정행위의 합리성을 높여 주기도 한다. 그러나 유병언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의 경우 그 도가 지나친 경향이 있다. 이를 걱정하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한 조사도 행정부처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전체 국민의 42%나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6% 이상 증가한 숫자이다. 국민들의 우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소극적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등의 말만 하고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관계 공무원 몇 사람 처벌하고 마는 것이 고작이다. 어찌 보면 그 공무원이야말로 잘못된 구조의 피해자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행정기관 간의 권한과 기능을 재조정하든, 조정체계를 강화하든, 또 아니면 상급기관의 중재 노력을 강화하든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뒤로 미루거나 팔짱을 끼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안다. 쉽지 않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만 해도 경찰 수사권 문제부터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관계나 다른 행정기관 간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큰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피하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피하고 피하다 검찰과 경찰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정부는 정부다. 때마침 국가개조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국가개조 차원에서 정부가 할 일을 다 해야 한다.

김경철 기자 banta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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