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 갈등을 바라보며

입력 2014-07-18 14:10 수정 2014-07-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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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논의가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예상대로‘2·17 합의서’를 작성한 지 2년5개월여 만에 조기 통합 발언이 나왔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통합 발언을 금기시해 왔다.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그렇다고 조기 통합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음이야 하루라도 빨리 통합하고 싶지만 5년간 독립경영을 약속했으니, 조기 통합의 명분도 약하고 외환은행 노조 반발 때문에 속만 끊여 왔다.

그렇다고 하나금융이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합하고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사업의 통합작업도 9부 능선을 넘어섰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더 이상 참기 힘들었던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별안간 조기 통합 속내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이제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두 은행의 행장, 직원, 이사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라며 조심스럽게 조기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회장은 조기 통합의 명분으로 수익 감소를 내세웠다. 외환은행 인수 이전인 2011년 하나은행은 1조2070억원, 외환은행 1조62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양 은행은 6550억원, 3600억원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하나·외환은행 임원 워크숍에서 3년 빨리 통합하면 1조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조기통합 대박론’을 폈다.

양 은행이 합병하면 단숨에 리딩뱅크로 올라 설 수 있는데,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인 것 같다.

김한조 행장도 조기 통합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2·17 합의서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는 ‘종신보험’ 이 아니라며 직원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또 통합에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조기 통합 기회를 통해 고용 보장과 직원복지를 더 얻어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며 외환은행 맏형 입장의 충고도 한다.

하나·외환은행 이사회는 지난 17일 조기 통합에 대해 ‘OK 사인’을 하면서 양 은행의 합병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하나·외환은행이 통합에 이르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외환은행 노조의 설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합병을 위한 협상을 하자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지만 노조는 합병을 전제로 한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노사간 협상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외환은행 노조는 앞으로 법정 소송과 파업 등 강경 투쟁을 밝혔다.

아직 관망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입장도 양 은행 통합의 변수다. 신제윤 위원장은 지난 7일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약속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와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신 위원장 발언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향후 정치권과 여론이 악화될 경우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나설 수밖에 없어 하나금융 입장에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2·17 합의서의 법적 효력도 관심사다. 하나금융은 법률자문 결과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향후 법원의 판단이 조기 통합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에 대한 노사간의 간극(間隙)이 너무 커 보인다. 김 회장은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고, 외환은행 노조는 협상 얘기라면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금은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서로 존중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결과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하나금융의 미래 비전을 위해 노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은 저금리, 저성장, 저수익의 3저(低)에 빠져 있다. 이 상황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나·외환은행도 시장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김정태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가 힘을 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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