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②] 깊어지는 저성장의 늪…일본식 장기 불황 전철 밟나

입력 2014-07-15 10:09 수정 2014-07-15 10:1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버팀목 수출마저 휘청…더블딥 선제적 차단 필요

한국경제가 성장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세달여가 지났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세월호 수렁에서 빠져 나오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은 탓에 내수는 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고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 파고에 수출마저 탄탄대로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0여년전 장기불황에 시달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밟을 수 있다는 극단적 우려까지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 경기회복세 부진 공식화…하반기 더블딥 우려= 15일 정부 안팎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기존 4.1%(신 기준)에서 3.5∼3.7% 정도로 낮춰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에 정부도 인식을 달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8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 회복세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나빠지면서 지난해 7월 이후 1년여만에 ‘완만한 개선세’라는 표현을 지운 것이다.

우선 지난 5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이 전기대비 -0.1%에서 -2.7%로 감소폭을 키웠다. 제조업 평균가동률(74.7%)은 전달에 비해 2.9%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재고율(120.6%)도 0.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은 전월 대비 각각 전달 1.6%, 1.2% 감소에서 1.4%, 0.6% 증가로 돌아섰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의 하락폭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설비투자는 3개월만에 감소세(-1.4%)로 돌아섰다.

6월 분위기도 좋지 않다. 기재부 속보치에 따르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는 전년동월대비 7.5% 늘어나 5월(3.9%) 보다 증가세가 확대되겠지만, 판매량은 5월 10만2000대에서 6월 10만1000대로 소폭 감소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1년 전에 비해 각각 3.4%, 5.8% 줄었다.

설비투자도 큰 폭의 회복세가 어려울 전망이다. 선행지표인 설비투자조정압력(제조업 생산 증가율-제조업 생산능력 증가율)이 4월 1.4%포인트에서 5월 -3.5%포인트로 하락 전환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지수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작년 12월 78에서 4~5월 86까지 상승했다가 6월 81, 7월 78로 두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계교역 회복이 완만하게 이뤄지고 원화도 절상흐름을 보이면서 수출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동력도 저하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평균 수출 증가율은 2%대에 머물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대내외 하방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국내 경기가 회복 경로에서 이탈해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소비ㆍ투자 추세적 부진…내수활력 시급 = 이처럼 경제성장 기조가 크게 둔화된 것은 세월호 사고 여파가 가장 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전인 올해 1분기 민간소비(0.2% 증가), 설비투자(1.9% 감소)도 예상외로 부진했다. 소비와 투자 부진이 추세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투자 등 내수의 활력도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2003년~2007년) 2.8%였으나 지난 5년간(2008년~2013년)은 2.1%에 머물렀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같은 기간 5.1%에서 2.9%로 급락했다.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비 증가율의 격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 1분기에도 가계소비 증가율은 2.1%에 그쳐 경제성장률 3.9%를 크게 하회했다.

이는 미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성향이 떨어지고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유가변동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기업이 체감경기가 나빠진 데 기인하는데, 문제는 이같은 구조적인 내수침체가 ‘저성장의 고착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경제가 이대로 가면 일본식 장기 불황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후보자는 특히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불안정, 체감경기 악화, 성장잠재력 둔화 등 많은 문제점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면서 내수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체감 경기를 살리고 경제가 회복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2기 경제팀 출범 후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경기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 악화는 곧 소비심리 약화로 이어져 ‘내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미진한 경기흐름이 추세적인 성장잠재력 저하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경을 통한 확장정책은 경기상황을 봐가며 신중히 고려해야 할 문제”라며 “재정정책의 중점은 단기대응에서 장기적 성장활력 제고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서울시청역 대형 교통사고 흔적 고스란히…“내 가족·동료 같아 안타까워”
  • "100% 급발진" vs "가능성 0"…다시 떠오른 고령자 면허 자격 논란 [이슈크래커]
  • 징크스 끝판왕…'최강야구' 설욕전, 강릉영동대 직관 경기 결과는?
  • 황재균도 류현진도 “어쩌겠어요. ABS가 그렇다는데…” [요즘, 이거]
  • ‘좀비기업 양산소’ 오명...방만한 기업 운영에 주주만 발 동동 [기술특례상장 명과 암③]
  • 주류 된 비주류 문화, 국민 '10명 중 6명' 웹툰 본다 [K웹툰, 탈(脫)국경 보고서①]
  • '천둥·번개 동반' 호우특보 발효…장마 본격 시작?
  • 박민영이 터뜨리고, 변우석이 끝냈다…올해 상반기 뒤흔든 드라마는? [이슈크래커]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6,910,000
    • -1.5%
    • 이더리움
    • 4,775,000
    • -1.71%
    • 비트코인 캐시
    • 532,500
    • -2.29%
    • 리플
    • 679
    • +0.59%
    • 솔라나
    • 207,700
    • +0.39%
    • 에이다
    • 578
    • +3.03%
    • 이오스
    • 811
    • +0.5%
    • 트론
    • 180
    • -0.55%
    • 스텔라루멘
    • 130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1,850
    • -0.96%
    • 체인링크
    • 20,160
    • +0.6%
    • 샌드박스
    • 459
    • -0.2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