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발레 ‘나비부인’이 아쉬운 이유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7-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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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발레 ‘강수진&인스부르크 발레단-나비부인’ 기자간담회에서 강수진(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6일 국립발레단 단장이자 예술감독 강수진(47)이 발레 ‘강수진&인스부르크 발레단-나비부인’의 마지막 무대에 섰다. 꽃처럼 피어난 강수진은 ‘강철나비’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면모를 드러내며 공연을 채워나갔다. 이번 무대를 통해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로 기록을 수립한 강수진. 그녀는 역시 가장 돋보이는 존재감과 실력을 뿜어내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영 개운치 않은 찝찝한 뒷맛이 있다.

본 공연에 앞서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에 나타난 강수진은 최근 활약을 펼쳤던 MBC 예능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속 모습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와 프로다운 여유로움, 진실한 말솜씨를 내비쳤다. 엔리케 가사 발가(Enrique Gasa Valga) 예술감독은 “오로지 강수진을 주역으로 세우기 위해 안무를 비롯한 ‘나비부인’의 모든 것을 염두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어린 나이 타지에서 생활하며 자신이 사랑한 많은 것을 ‘희생’했던 강수진과 주인공 초초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었다. 강수진 역시 2013년 오스트리아 초연 당시 흥행을 검증받은 이번 작품에 크나큰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의 역작 ‘나비부인’은 소설을 원작으로 푸치니가 탄생시킨 동명의 오페라를 각색한 전막 발레로, 결혼 후 미군 장교 핀커톤으로부터 버림받은 게이샤 초초의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했다. 이 가운데 강수진은 최근 세계 질서 안에서 일본의 태도 그리고 군국주의 등 이념을 내재한 ‘나비부인’을 연결 짓는 물음에 대해 “한국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며 서두를 열었다. 이어 강수진은 “스토리는 미국과 일본을 다루고 있지만, 엔리케 감독이 저를 위해 만든 이유로서 중요한 건 한 인간이다. 그게 첫 째다. 그 외의 것은 스토리에서 만들어져가는 것”이라며 “미국, 일본, 러시아 요즘은 어느 나라에서도 다 문제가 있지 않나. 무용수를 비롯해 예술하는 분들은 참 안타깝지만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과 상관없다. 그 스토리와 역할이 마음에 들었고, 이름이 초초이지, 이 감독한테는 그게 강수진이다”라고 답했다.

▲발레 ‘강수진&인스부르크 발레단-나비부인’(사진=크레디아)

국어국문학사전에 따르면 ‘예술이란 그 자체로서 자족한 것이며 어떠한 이면적 목적이 그 속에 내포되어서는 안 되고, 윤리적이라든가 정치적, 또는 다른 비심미적 기준에 의하여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유미주의, 탐미주의적 예술사조가 그녀의 대답을 묘파한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고, 인간이 현실에서 느끼는 부재감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예술의 본질 중 하나임도 분명하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여전히 아시아 관객에게 불편함을 안기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gon)’, 1993년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자,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최근 국내 프러덕션을 통해 여러 해 상연된 연극 ‘엠. 버터 플라이’(M.Butterfly)는 모두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하거나 각색한 작품으로서, 1904년 밀라노 라 스칼라서 오페라 초연 이후 그 소재가 꾸준히 리바이벌되고 있다. 이 작품들이 전제하거나 오히려 관객에게 날카롭게 던지는 메시지인 오리엔탈리즘, 백인 우월주의 등은 전 세계 관객으로부터 여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작품을 향해 오랜 논란이 이어지는 지점들에 대해 강수진은 깊은 고민을 무대 위에 가져와야 했다. 분명히 존재하는 논쟁거리에 대해 전면 부정하는 견해보다 그녀의 절대적인 입지만큼 농익은 시각을 드러냈다면 ‘나비부인’을 접하는 시각을 더욱 풍성케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비부인’은 2015년 국립발레단의 첫 번째 레퍼토리로 선정돼 곧 무용수 오디션을 앞두고 있는 상황. 발레계의 상징적 인물인 그녀가 많은 것을 포기하고 국립발레단장을 수락한 일은 그녀의 열정을 시사하지만, 그만큼 보다 나은 질적 도약을 기대케 했다. 그녀의 발언이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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