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예상된 홍명보 감독 유임, 더 이상 원칙이나 약속은 운운하지 말자

입력 2014-07-0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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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월 27일(한국시간) 벨기에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쳤다.

1무 2패. 외형적인 성적만 놓고 봐도 참담한 결과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에서 상대팀 골키퍼의 실수가 없었다면 자칫 3패로 물러날 수도 있었다는 점과 1승의 제물로 생각했던 알제리전에 대한 안이한 대처, 10명이 싸운 벨기에에 오히려 패하는 수모 등 내용 역시 대표팀을 전혀 옹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월드컵에서 조기 탈락하고 귀국한 대표팀과 홍 감독을 향한 국민 감정이 싸늘한 것은 당연하다.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의 납득할 수 없는 선택과 월드컵에서의 선수 기용 등과 같은 문제는 어차피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스스로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 선수 선발이나 기용까지 일일이 간섭을 받아야 한다면 감독이라는 자리는 어차피 무의미하다.

하지만 감독이라는 자리는 자신이 선택하고 시행한 것에 대한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그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많은 팬들이 반대 의견을 내세웠음에도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구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선수를 선택한 것, 그들과 함께 납득할만한 내용과 결과를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유임 결정에 많은 팬들, 나아가 국민들이 엄청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호주는 3전 전패로 탈락했지만 호주의 경기력을 비판하진 않는다. 강호들을 상대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경기를 통해 그들이 최선을 다한 모습을 모든 팬들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 때만 해도 재미없는 축구, 침대축구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선전하자 오히려 박수를 보냈다.

홍명보 감독의 축구는 어떠했나. 색깔도, 투지도 보이지 않았고 전술적인 특징이나 상대팀의 전술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 능력도 선보이지 못한 것은 물론 부진한 선수들을 계속 투입하는 우를 범했다.

벨기에전 패배로 탈락이 확정된 후 홍명보 감독은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가 생각해서 옳은 길이 무엇인지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뒤이어 들끓는 사퇴 여론에 대해서도 "나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자세만큼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스스로 공언한 약속들 그리고 스스로가 내건 원칙들을 이미 많이 뒤집었다. 아마도 홍명보 감독에게 있어 축구협회는 '다른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언급했지만 축구협회의 만류로 결국 자신의 사퇴 의사를 바꾼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한 번 자신이 내뱉은 말을 뒤집은 셈이 됐다.

협회 차원에서 유임을 공언한 만큼 홍명보 감독이 이를 뿌리치고 기어코 사퇴 의사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는 지배되지 않지만 협회에게는 지배됐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홍명보 감독은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릴 아시안컵 대회에서도 사령탑을 맡게 됐다. 아시안컵을 위해서는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선수 선발이나 기용 등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언론과 많은 접촉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본인 스스로 했던 많은 약속과 공언들을 되돌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팬들이 월드컵 성적이 나빴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스스로 했던 약속들을 깨면서 고집에 가까운 선택을 했음에도 경기력이 실망스러웠고 마지막까지 지배당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공언했지만 이마저도 지배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더 이상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원칙을 들먹이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 하는 우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껏 아무도 약속을 강요하지 않았을 뿐더러 더 이상의 공언이나 약속도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더 이상의 실망은 스스로 쌓아온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로서의 위상까지도 깎아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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