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다름’을 인정하는 글로벌 교육

입력 2014-06-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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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원 상명대 에너지그리드학과 전공영어 겸임교수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들을 창의적인 글로벌인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O 아니면 X로 나누거나, 단편적인 성적평가에만 치우치는 교육이 대다수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교육은 교사가 학생의 역량과 다름을 인정해주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십여년 전 학원 영어강사 시절의 일이다. 공부보다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이 아이들을 ‘문제아’라 불렀다. 하지만 그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해주자는 원칙을 스스로 세웠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아예 ‘틀려’ 먹은 아이들로 보지 않고, 단지 상위권 학생들과 조금 ‘다른’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가르쳤다.

그 첫 번째 시도로, 학원 내 시험 문제에 대한 채점은 O, X로 한정하지 않고 O, △, 그리고 X 세가지로 구성했다. X가 나올 수밖에 없는 객관식 유형은 배제하고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형태의 주관식 유형의 문제를 제시했다. 빈칸에 대해서만 X를 적용하고, 나머지에는 부분 점수를 적용했다.

아이들은 X를 받지 않기 위해 뭐라도 적으려 노력했고, △를 이용한 부분 점수는 그들의 자신감을 향상시켜 줬다. 어떤 아이들은 △를 받는 것이 선생님이 자신들의 창의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요즘도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획일적인 정답 개념의 동그라미보다 세모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큰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학생들이 “자신이 제시한 답안이 틀렸던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 고맙다”고 말할 때, 또 “앞으로도 어떤 문제에 먼저 포기하기보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겠다”고 할 때 더없는 보람을 느낀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교육자 스스로의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마인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세계적, 즉 ‘Global’이라는 단어에 ‘보편적인’이라는 ‘다른’ 의미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어인 ‘different’와 ‘wrong’의 뜻은 구별하면서 우리말인 ‘다른 것’과 ‘틀린 것’의 개념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어른들이 우리만의 잣대로 아이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개개인의 다름과 가치, 역량을 찾아주고 숨은 잠재력과 창의력을 인정해주는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나라의 교육이 글로벌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전민정 기자 pu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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