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리아, 이란 ‘침대축구’에 맞선 ‘산책축구’ 정당했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6-2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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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중앙 미드필더 디마리아(등번호7)가 이란 선수의 파울로 경기장에 쓰러져 있다. (사진=AP뉴시스)

드라마도 영화도 아니다. 그런데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난다. 그래서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부른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 지구촌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죽음의 D조’에서 최약체로 분류됐던 코스타리카(FIFA랭킹 28위)는 우승후보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연파하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코스타리카는 지금 축제 분위기다.

축구 경기의 클라이맥스는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골이다. 그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관중이 많다. 스위스-에콰도르(2-1), 아르헨티나-이란(1-0)전이 그랬다.

그러나 감동과 환희만 있는 건 아니다.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F조 조별예선 아르헨티나와 이란의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빗장수비로 골문을 걸어 잠근 이란의 수비망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이란은 17일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도 포워드 레자 구차네자드(27ㆍ찰턴 애슬레틱)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벽을 쌓아 0-0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악명 높은 ‘침대축구(쓰러져 시간을 죽이는 비산사적인 축구)’다. 이란은 이기는 경기나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늘 ‘침대축구’로 일관해 논란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의 해결사 리오넬 메시(27ㆍ바르셀로나)는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트리며 이란의 ‘침대축구’를 무너트렸다. 다급해진 이란은 뒤늦게 공격에 나섰지만 이번엔 아르헨티나가 ‘산책축구(선수 교체 시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비신사적인 축구)’로 반격했다.

아르헨티나 중앙 미드필더 앙헬 디마리아(26ㆍ레알 마드리드)가 교체 아웃되는 과정에서 이란의 ‘침대축구’에 항변하듯 어슬렁거리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양말을 끌어 올리고 물병을 챙기는 등 디마리아가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SBS 중계를 맡은 배성재 캐스터는 “골프장에 온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디마리아는 경기 후 본의 아니게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오르내리는 등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 네티즌은 “이란 ‘침대축구’에 통쾌하게 복수했다”며 디마리아의 ‘산책축구’를 추켜세웠다.

씁쓸함을 넘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비 매너 플레이에 맞선 비 매너 플레이가 과연 박수받을 일일까. 승리지상주의 속 흐려지는 스포츠맨십 실종시대를 입증하는 씁쓸한 단면이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어떤 상황이라도 비신사적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관전할 권리가 있다. 실제로 기적 같은 드라마는 후반 추가시간을 장식한다. 결국 디마리아의 행동은 마지막까지 관중석을 떠나지 않은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무참히 짓밟은 행위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침대축구’, ‘산책축구’도 전술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닌 경기 외적으로 부당하게 시간을 지체하는 행위는 FIFA가 지향하는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에도 역행한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브라질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익숙한 날씨ㆍ환경은 물론 메시라는 특급 공격수가 버티고 있다. 그만큼 축구팬들의 기대감과 눈높이는 높다.

밤잠을 설쳐가며 경기를 지켜본 열혈 축구팬, 비싼 입장료도 마다않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이들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경기를 관전한 이유는 디마리아의 ‘산책축구’를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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