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신개념 노사문화 패러다임 만든다

입력 2006-07-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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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극렬한 노사분규로 한국 노동운동의 풍향계가 됐던 현대중공업 노사가 ‘12년 연속 무쟁의’라는 기록을 세우며 국내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12년간 합리적 실리노선을 꿋꿋하게 지킬 숴 있었던 배경에 대해 과거 투쟁 지향적 노동운동으로 인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7년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노사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노사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상급단체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90년대 중반까지 매년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노사 양측은 대외 신인도 하락, 기업 이미지 실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고 노사가 공존공생하는 길을 모색하게 됐다.

이균재 현대중공업 노사협력실장은 “12년간 분규가 없었지만 매해 협상때 마다 갈등이 생길 수 있어 노조측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다”며 “회사의 진심을 알려주고 협조를 구한 것이 12년 무분규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무분규 신기록의 배경에는 사측이 제공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후생복지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 신축 및 재건축을 통해 총 1만6천여 세대의 사원아파트를 건설해 시중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함으로써 직원들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고, 신입사원들을 위해서는 총 2000호실에 달하는 초현대식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또 회사 인근에 과학대학교(울산과학대학)를 설립, 사원자녀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교양과정, 직원을 위한 직장인과정을 개설하여 배움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러한 대규모 투자로 이 회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는 ‘울산의 특구’, ‘한국의 싱가포르’라는 병칭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꾸준한 고용정책도 신개념 노사문화 정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을 비롯해 플랜트, 해양, 엔진기계,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모두 6개의 사업분야로 이뤄져 있는데 현재 조선과 건설장비부문을 뺀 비조선분야의 실적은 97년 IMF 구제금융 이후로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고용을 경영의 제 1목표로 삼아 창사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인위적으로 해고하지 않았고, 어려울 때일수록 고용안정 정책을 철저히 지킬 것을 조합원에게 약속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노조 창립 후 매년 겪었던 갈등, 해결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과 경험들을 밑거름으로 삼아 두 번의 실수는 범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정책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 회사의 경영목표와 영업현황, 위기상황 등을 공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설명하고, 애로사항 청취, 경조사 참석 등 인간 대 인간적인 유대를 통해 현장 조합원의 마음을 감동시키며 화합을 일구어 냈다.

마지막으로 노사무분규 12년의 가장 큰 핵심은 조합원의 인식변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회사의 꾸준한 홍보활동과 경영현황 설명을 통해 국내외 기업환경의 위기를 공감하게 됐고, 조합원의 권익보다 정치 세력화로 변질되고 있는 노동운동에 환멸을 느끼게 됨으로써 각자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능률협회로부터 ‘최우수 이미지 기업’에 선정된 것을 비롯,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상’, 산자부 선정 ‘기업 브랜드가치 중공업분야 1위’, 휴잇사 선정 ‘한국 최고의 직장 3위’ 에 선정되는 등 객관적으로도 좋은 회사라는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회사는 조선의 경우 상반기에 벌써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고, 현재는 앞으로 3~4년 후의 물량을 부가가치가 높고 채산성 있는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 조선시장의 활황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선별 영업’이 가능한 것은 결국 노사 안정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산업평화 정착이 곧 그 기업의 이미지로 이어지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례를 현대중공업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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