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빚던 KB 수뇌부 동반퇴진 위기… 그룹 경영전략 차질 빚나

입력 2014-06-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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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 문책경고 통보…경영공백 불가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통보받아 동반 퇴진의 기로에 섰다. 금융권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중징계를 통보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도 중징계 사전 통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등 전례에 없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지난해 7월 나란히 취임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남은 2년여의 임기를 장담할 수 없다. 각종 금융사고와 내분으로 몸살을 앓아온 KB금융이 이번에 경영진 공백이라는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금감원 왜 중징계 결정했나 =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징계 수위는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 도쿄지점 부당대출, 최근 벌어진 전산교체 관련 내분 등 KB금융에서 문제가 됐던 사안에 대한 책임이다. 금융권에선 개별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보면 경징계 대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사건·사고를 병합하면 징계수위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각종 사건·사고 발생시 각각 지주 사장과 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관리에 부실한 면을 노출시켰다”면서 “특히 회장과 행장이라는 그룹 수뇌부에 있으면서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갈등을 빚어 경영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이 KB금융의 과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국민은행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에 대해 가중처벌이 불가피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금융당국 수장들 또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9일 임원회의에서 “KB금융 사태를 엄정하게 제재해 금융권에 경고를 주라”고 지시했다.

◇경영진 리더십 구멍… 중도사퇴 압박 = 앞서 KB금융은 김정태 전 행장을 시작으로 황영기 전 회장, 강정원 전 행장, 어윤대 전 회장 등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아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직 수장들이 동시에 불명예를 안고 떠날 위기에 놓인 KB금융의 지배구조가 다시 한 번 요동칠 위기에 놓였다.

금감원 규정에 따라 문책경고를 받으면 현직 임기가 끝난 뒤 연임을 하지 못하고 다른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는 것도 3~5년간 제한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직에서 물러나라는 통보나 마찬가지여서 과거 문책경고를 받은 은행 경영진은 대부분 자진 사퇴했다.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들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준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누적된 사고와 지속적인 내부 통제 상실을 종합하면 금융당국의 중징계 의지를 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징계 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진다 해도 KB금융 경영진의 자리 보존은 힘들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경영진이 전산시스템을 바꾸는 문제 하나로 집안 싸움을 벌이다 금융당국까지 끌어들인 것은 스스로 독자경영을 부정하는 사례로 꼽고 있다.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원칙적으로는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 수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과거 문책경고를 받은 뒤 임기 전에 자진 사퇴한 경영진들도 이런 이유로 물러났다.

◇LIG손보 인수 등 경영공백 어쩌나 = 향후 KB금융은 두 수장이 중징계 대상에 오른 데 따라 현재 진행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등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번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기관경고라는 경징계를 받았다. KB금융지주가 중징계는 피함으로써 최근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작업에는 계속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보험업법상 기관경고를 받는 보험사는 동종 보험사의 인수가 어렵지만 금융지주는 적용대상이 아니어서다. 그러나 일정 부분 불이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KB금융이 이번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실패한다면 3번째 좌절이다. 은행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년째 비은행 분야 인수합병(M&A)에 집중한 전략이 또 다시 꺾이게 된다. 그룹 성장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내분사태로 국민은행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가 이미 봉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게 됐다”며 “현 경영진이 자리를 지키더라도 당분간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작아 사실상 CEO리스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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