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업체에 ‘달러결제’ 횡포

입력 2014-06-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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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환차손 불구 ‘거래 끊길라’ 지급방식 재협상 요구 못해 … 중기중앙회 “실태조사 강화”

대기업 일부 계열사들이 협력업체에 물품 대금을 달러로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로 대금을 받으면 환차손이 발생하게 되고 대기업 입장에서는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가 결제수단에도 남용되고 있는 경우라고 지적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인 상장사 A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결제대금을 달러로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A사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로 대금을 받으면 환차손이 발생한다.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하소연도 못하고 고스란히 환차손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A사를 직접 다녀온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수출기업이 아닌데도 환차손 때문에 실적이 악화돼 있었다”며 “이유를 확인해 보니 거래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달러로 결제를 받고 있었다” 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거래를 하고 있는 상장사 B사도 환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손해가 나더라도 대기업과 거래를 유지하려면 감내해야 한다”며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달러로 대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와도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지급 논란과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계약 당시 협력업체에서 원하는 통화로 결제해 주고 있다”며 “협력업체가 요구하면 재협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력업체 관계자는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건 원론적 차원의 얘기일 뿐 하청업체 입장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관련 기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도 달러 결제를 강행하고 있어 협력업체로부터 원망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대기업들의 결제수단 횡포는 그동안 암암리에 있어 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환차손 때문에 납품대금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답변한 협력업체가 30%에 달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관련 부처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고 시정을 요구하면 “설마 그런 부도덕한 대기업이 있겠냐”는 소극적인 답변만 듣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한데 어느 중소기업이 시정 요구를 할 수 있겠냐”며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의적으로 결제통화를 변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불공정 사실이 밝혀질 경우 즉시 개선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부당한 요구를 강요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제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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