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결정에 사실상 위임…국민銀 파행경영 장기화 불가피

입력 2014-06-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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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교체’ 해결못한 경영진 리더십 손상…내부조직도 뒤숭숭

KB금융그룹 경영진 내분사태가 결국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게 됐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발생한 경영진의 갈등을 이사회에서 협상을 통해 수습하려 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금감원으로 공을 넘겼다.

지난달 30일 국민은행 이사회는 현재 진행 중인 금감원 특별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산시스템 교체작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사회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과 이사회 등 최고 경영진의 리더십과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무리 이 행장측과 사외이사들 간 갈등의 골이 깊은 탓이라고는 하지만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능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평가다.

◇경영진 리더십 구멍… 파행경영 장기화 = KB금융그룹의 내홍이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갈등의 종지부를 찍을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을 연출하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무엇보다 감독당국의 결정에 의한 강제 해결의 수순을 밟게 되면서 KB금융의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 행장은 경영협의회를 통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공동 입찰’ 안건을 상정했으나 사외이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금감원 검사 후까지 입찰 절차를 보류하기로 의결했다. 이 행장의 마지막 협상안에 대해 사외이사가 받아주지 않으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앞서 열린 감사위원회 역시 이번 갈등의 원인이 된 정병기 감사의 감사보고서를 청취만 하고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이 행장과 사외이사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당분간 정상적인 이사회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 행장은 2일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이사회 이후) 사외이사들과 오고간 얘기는 전혀 없다”고 말해 검사 결과가 나오는 오는 7월까지 경영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KB금융그룹 차원의 다른 경영 사안도 유보 가능성이 높아졌다.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한 KB금융지주의 판단도 타격이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의 치명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판명되면 이 행장측이, 반대의 상황에선 임 회장과 사외이사진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와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 리베이트 의혹과 같은 모든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있어 경영진의 대규모 징계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부조직 뒤숭숭… 대외 이미지 추락 = 이번 이사회에서는 양측간 고성이 오가고 책상을 두드리는 등 격앙된 모습이 연출됐다는 후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수뇌부가 양분됐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로 고객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할 정도로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수준이 엉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의 내부 직원들의 동요는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표면적으로는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의 힘 겨루기로 보고 있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는 주택은행 출신과 국민은행 출신 임원들이 전산을 두고 펼치는 파벌 싸움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09년에도 국민은행 차세대 전산시스템 선정 당시 한 사외이사는 기종선정위원회 실무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다. 이보다 앞서 2001년 구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할 때에도 전산시스템 선정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통상 수천억원의 투자금이 집행되는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실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실세로 등극한다는 말로 그만큼 알력다툼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갈등이 외부로 번지면서 국민은행의 이미지가 추락한 데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테스트 비용 등도 허공으로 날아가면서 수백억원 이상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경영진의 대외적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노조의 경영진 퇴진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사태 해결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당장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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