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사고 당시 전철을 타고 있던 사람들은 “전동차 내에서 대기해라”는 안내방송에 불안해했다고 털어놨다. 세월호 사고가 불현듯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이다.
시는 세월호 참사 때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을 똑똑히 봤기에 그 어느 사고보다 조기 마무리될 수 있게 조사와 발표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박원순 시장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재’임을 인정했다.
또 낡은 전동차를 교체하는 데 57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개선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조사 과정에서 시의 방관 행정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1972년 철도안전 관련법이 바뀌면서 25년 주기의 전동차 교체 시기를 무시한 채 30년 이상, 또는 40년 이상까지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해당 기관에서는 지금까지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전동차를 운영해왔다. 1000만명에 이르는 서울시민과 수도권 거주자들의 목숨을 ‘천운’에 맡긴 셈이다. 신호기 고장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라고 해도 첫째로 잘못된 부분은 낡은 전동차 운행이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의 59%가 노후화됐다.
한 시민은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버스에 이어 지하철까지 안전하지 못하다면 걸어다녀야 하나요”라고 한숨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시민의 우려처럼 대중교통이 시한폭탄으로 변해선 안 된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 기관은 존재 가치가 없다. 사고 직후 ‘반짝 행정’만 하다가는 또 다른 인재가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른다. 시 유관·산하기관에 대한 ‘진짜’ 점검 및 만고불변의 대책 마련을 이젠 진정 시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