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창조경제 스위스에서 답을 찾는다] 한국, 아시아의 스위스가 되는 길은?

입력 2014-04-28 15:22 수정 2014-04-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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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식 창조경제, 이렇게 적용하자

▲왼쪽부터, 이성기 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 오정근 한국경제硏 초빙연구위원,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 교수.
한국은 지금 7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에 고착돼 있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 에 빠질 것이란 경고음이 크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에 진입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을 뒤엎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창의와 혁신에 바탕을 둔 창조경제로의 이행이 한국경제의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꼽히는 이유다.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안정되고 개방적인 정치·사회·경제체제를 바탕으로 강소국 모델의 전형을 보여줬다. ‘개방’과 ‘실용성’을 기반으로 청년 직업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기술인재를 키워내고 첨단 기술산업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을 꽃피운 스위스의 창조경제 전략은 구체성 결여와 개념의 모호성으로 갈 길을 잃고 있는 우리나라의 ‘창조경제’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는 이성기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아시아금융학회장),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 교수로부터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스위스’로 퀀덤 점프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창조경제 시대 기술인재 양성, 기업의 역할이 중요= 정부가 최근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대책’을 통해 스위스식 도제 교육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직업학교’을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 1~2일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3~4일 회사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스위스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청년층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글로벌 기술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실용교육에 지나치게 소홀한 경향이 있다”면서 “스위스처럼 직업교육을 활성화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대졸자와 비슷한 조건의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직업학교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의 협조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단기적인 영업이익에만 몰두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키워야 겠다는 마인드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기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도 창조경제 시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융·복합 인재 육성은 정부, 산업계, 학교, 학부모 등 모든 책임 있는 경제주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이사는 “인재양성은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이며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된다”면서 “정부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청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과감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산업계는 정부가 공급하는 인력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고 스스로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인색했다”고 진단하며 교육·산업 현장에서 선진국형 직업교육과 일학습병행제가 안착되려면 무엇보다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특히 중소기업은 수십 년 간 기업현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한 경영자나 고숙련 기술자들이 많이 있어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직접 배우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배움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개발 중시 문화, 고부가 서비스산업 육성 모델 배우자 = 스위스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4위(8만달러)의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기술력과 혁신, 고용유연성 등 스위스 강소·중견기업들의 창조경영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스위스의 창조경제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하려 한다면 스위스 기업들의 혁신과 창조경제는 늘 사람 중심”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기술과 장인정신을 홀대하는 문화가 만연해있다”며 “그러다보니 급격한 산업화에는 성공했지만 창조적인 기술을 발굴하는 데에는 실패해 기술개발 성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패러독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ICT를 통한 창조경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게 김 교수의 제언이다.

과거 정부도 독일의 히든챔피언 모델을 벤치마킹해 기술선도형 중소기업 육성에 주력했지만 중소 벤처기업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커 나가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김 교수는 그 이유를 중소기업 경영전략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당장의 매출 성과에 매달리다보니 내수지향적 성장에 치중해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기업들은 해외시장 매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 중소기업은 15%도 안된다”면서 “소위 중소기업들이 고립된 채 진화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가 목표대로 3년 내 창조경제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4% 수준으로 올려 1인당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고부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을 꼽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기업수는 스위스나 한국이나 14개 수준으로 비슷하지만 기업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많은 자본과 인력을 필요로하는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전자 업종이 주류를 이루지만 스위스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금융·제약(의료)·정밀기계·관광 업종의 글로벌 기업이 경제발전을 선도하고 있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소득이 오른다는 것은 곧 임금 상승을 의미한다”면서 “고임금 구조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규제완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산업을 시급히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광·금융·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을 외쳤지만 공염불로 그친 가장 이유로는 규제 이득을 누리는 계층, 즉 관료, 이익집단, 노조 등의 반발을 지목했다. 그는 특히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산피아(산업부 마피아)’ 등의 낙하산 인사가 사실상의 관치 규제로 기업활동을 옭아매왔다며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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