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사이드] GM의 오판 -민태성 뉴욕특파원

입력 2014-04-28 10: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민태성 뉴욕특파원
“요즘 누가 미국차를 탑니까? 미국 사람들도 잘 안 타요. 도로에서 GM이나 포드가 밀리고 일본, 독일차가 넘쳐난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요?”

뉴저지 파라무스의 혼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딜러의 말이다.

미국이 제너럴모터스(GM)로 인해 떠들썩하다.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빅3’ 중 최대 업체인 GM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지금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파산이라는 풍파를 이겨내고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던 GM이 이 지경까지 몰린 것에 대해 업계는 물론 미국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GM은 사소한 부품 결함을 10년씩이나 바로잡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 GM을 뿌리채 흔드는 이번 리콜 사태는 고작 우리 돈으로 1000원도 안 되는 부품 하나로 시작됐다.

문제는 13명의 인명 피해를 낼 정도로 심각한 사태에 대한 GM의 대응이 영 시원찮다는 것이다.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거짓말이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의 보도를 통해 바라 CEO는 물론 주요 간부들은 해당 결함을 2001년부터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GM이 관료주의에 물들면서 문제 해결을 꺼리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기 사태까지 겹치면서 리콜을 실시할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토요타가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11억 달러를 지불했지만 GM의 비용은 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GM의 위기가 더욱 심각한 것은 비양심적인 기업이라는 비난과 함께 도덕적으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최근 연방파산법원에 대규모 리콜 사태와 관련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비롯해 각종 법적 문제 제기를 각하해달라는 것이 GM의 입장이다. 사고의 원인인 점화스위치와 관련된 직접 리콜 규모만 260여만대에 달하지만 이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앞서 법원이 파산보호 신청 이후 회생한 회사가 이전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이라며 2009년 10월 이전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결정한 것이 GM의 리콜에 대한 책임 회피 이유다. GM은 지난 2009년 7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GM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리콜 사태는 ‘현재’의 GM에게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 셈이다. 대부분의 모델이 2009년 10월 이전에 생산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족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유족과 소비자들은 GM이 차량 결함을 고의적으로 은닉하는 등 사기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도 발뺌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GM이 리콜 차량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공개하도록 명령해야 한다며 법원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인 뉴욕에는 일본차와 독일차들이 질주한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빅3′의 자동차는 10대 중 서너 대만 지나가도 많다고 할 정도다.

미국인들 사이에는 일본차는 ‘잔고장이 없고 오래 탈 수 있는 차’, 독일 브랜드는 ‘대표적 럭셔리 모델로 부유층이 선호하는 차’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자동차는 일부 중산층 또는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GM의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태세다. S&P500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GM의 주가는 올 들어 20% 가까이 떨어졌을 정도로 주식시장 역시 냉담하게 반응하고 있다.

언론도 GM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GM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토요타가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늦게나마 CEO까지 나서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했기 때문이다.

제품 결함은 고치면 된다. 더 나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 된다. 그러나 도덕적인 결함은 치명적이다. 사회적 책임은 둘째 치고라도 양심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지금 바라 CEO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10명 중 8명 "하반기 경영여건 어렵다"…관치보다 '정치금융' 더 압박[금융사 CEO 설문조사]
  • 예약 밀리고 안 되고…국민 10명 중 3명, 의료공백 불편경험 [데이터클립]
  • “이젠 싼 맛 말고 제맛”…K브랜드로 中독 벗어난다
  • "청약 기회 2년 날렸다"…공사비 급등에 또 취소된 사전청약 사업
  • [뉴욕인사이트] 고용 지표에 쏠리는 눈…하반기 황소장 이어가나
  • “잠재력만 봅니다” 부실 상장·관리 여전...파두·시큐레터 투자자 ‘피눈물’ [기술특례상장 명과 암②]
  • 유사투자자문업, 정보·운영 제각각…8월 자본법 개정안 시행에 당국 부담도 ↑ [유사투자자문업 관리실태]②
  • 박민영이 터뜨리고, 변우석이 끝냈다…올해 상반기 뒤흔든 드라마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7.0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8,186,000
    • +1.79%
    • 이더리움
    • 4,878,000
    • +2.18%
    • 비트코인 캐시
    • 545,500
    • -0.55%
    • 리플
    • 675
    • +1.35%
    • 솔라나
    • 206,600
    • +3.82%
    • 에이다
    • 563
    • +3.87%
    • 이오스
    • 813
    • +1.37%
    • 트론
    • 181
    • +2.26%
    • 스텔라루멘
    • 129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350
    • -0.87%
    • 체인링크
    • 20,130
    • +5.06%
    • 샌드박스
    • 464
    • +0.6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