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시장의 몰락은 언제 오나

입력 2006-06-01 17:25 수정 2006-06-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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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vs. HD-DVD 양진영 팽팽히 맞서

불과 몇 년전만해도 명동 거리를 걷다보면 개당 1000원, 1500원에 판매되는 불법 복제된 오디오카세트테이프를 파는 리어카상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을 복제해 파는 불법DVD판매상이 대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CD'는 'MP3'라는 디지털 음원으로 대체됐고, VHS방식의 비디오테이프도 빠른 속도로 DVD타이틀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기존의 아날로그 TV도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나 HD방송의 시작으로 HDTV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신기술이 단명(短命)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라이프싸이클은 점점 짧아져서 'LD', 'VCD'등 은 국내 시장에 채 빛을 보기도 전에 사라졌고 아직 비디오테이프와 일전을 벌이고 있는 DVD조차도 차세대DVD라고 불리는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와 HD-DVD에게 자리를 빼앗길 상태에 빠졌다.

양쪽이 모두 고화질의 디지털 영상 저장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저장성이나 화질 구현 능력 등으로 볼 때 DVD의 패배는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팽배해 있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VD 몰락을 단정 내리기에는 너무 성급한 전망"이라는 쪽과 "향후 1~2년내에 영화를 비롯한 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DVD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실 얼마 전 DVD시장의 몰락에 대한 단초를 읽을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소니코리아측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블루레이 디스크의 읽기·쓰기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했다.

◆ 블루레이 탑재 노트북 시판

소니의 블루레이 노트북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동안 기술적인 우월성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된 제품이 전무한 상태여서 업무용이나 개인용으로 즐겨 사용되는 노트북에 탑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차세대 디스크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DVD의 몰락을 예견하기 위해선 한판 전쟁을 벌일 두 가지 차세대 디스크 표준인 블루레이와 HD-DVD의 실체에 보다 근접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술적 우위로 볼때 DVD는 블루레이나 HD-DVD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일반 가정에서 HDTV로 HD방송을 수신하고 있다면 DVD플레이어로 재생하는 화질에 불만을 느낄 때가 많을 것이다.

같은 디지털 화면임에도 화질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720×480의 SD급 해상도를 지원하는 기존 DVD 방식보다 월등한 1920×1080 HD급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상파에서 수신하고 있는 HD방송을 DVD로 저장할 때 최대 20분(4.7GB)밖에 저장하지 못하는 데 반해 블루레이나 HD-SD는 2시간이나 저장할 수 있다. 저장용량의 차이는 바로 화질의 차이로 연결되는 셈이다.

블루레이나 HD-DVD 모두 개발이 완료되어 시중에 양산제품이 출시된 상태다. 삼성전자도 몇 차례 출시가 지연되고는 있지만 시제품이 각종 전시회에 선보인 적 있고 이 달 말에는 블루레이방식의 플레이어가 나올 예정이기도 하다. LG전자도 양쪽 방식을 모두 개발해 놓은 상태이며 블루레이방식의 플레이어가 출시일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기존 DVD와 비교하여 막강한 화질의 차이를 보이고 이미 기술개발이 완료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디스크의 시장진입이 더딘 이유에는 숨은 속사정이 있다.

블루레이 진영과 HD-DVD방식이 각각 어느 한쪽이 크게 우월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장일단(一長一短)을 갖고 있다보니 서로 제 방식이 우월하다며 '세 불리기'에만 급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원천기술 보유못한 국내업체 눈치만 봐

따라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는 국내 제조사들은 양방향 방식을 적용한 제품을 모두 개발해 놓은 상태에서 시장의 눈치만을 보는 형국이다.

현재 블루레이 진영은 원천 기술을 소유한 소니를 중심으로 필립스, 마쯔시다(파나소닉), 삼성전자, LG전자, 샤프, 파이오니아, 히타치, 톰슨, 델, HP, TDK 등 13개의 생산업체가 손을 맞잡고 있다.

반면 HD-DVD 쪽에는 도시바와 NEC, 산요 등 일본제조업체들과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컴퓨터업체들이 포진돼 있다.

두 기술을 꼼꼼히 따져보면 저장용량에선 블루레이가 월등하지만 제작단가나 기존 DVD제조시설을 조금만 변경해도 사용이 가능한 호환성에서 HD-DVD가 앞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적 우위나 호환성이 시장에서 승부를 판가름 짓는 절대적인 조건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거 기술적 우위를 가졌던 소니의 베타가 파나소닉의 VHS에 밀렸던 사실을 예로 든다.

기술 노출을 우려하여 베타제작기술의 전수에 옹색했던 소니와 달리 기술수준은 한 단계 떨어지지만 여러 업체들과 기술을 공유하여 대중화에 힘썼던 파나소닉이 시장을 점령해버렸던 것이다.

이번에는 기술의 공개와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바로 차세대 디스크로 심어줄 콘텐츠업체들의 입김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저장매체로 훌륭하다가 해도 세계 영화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할리웃 메이져 제작사가 제작한 영화가 담겨지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양 진영측은 영화제작사들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반대로 영화제작사들은 어느 진영의 손을 들어 줄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과 세 불리기가 지속되면서 플레이어는 물론 디스크 타이틀 출시가 소규모에 그치는 상황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블루레이진영에는 파라마운트와 소니픽쳐스, 디즈니, 20세기폭스, MGM 등의 콘텐츠 업체들이 가세했고, HD-DVD진영에는 파라마운트와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 등의 업체가 포진해 있다.

전문가들은 블루레이와 HD-DVD의 양 진영간의 싸움에서 승리한 쪽이 DVD의 몰락이후 얻게 될 24조원(추정치)의 부가판권시장에서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DVD몰락은 바로 차세대 디스크의 표준이 결정될 때부터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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