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창조경제 스위스에서 답을 찾는다] 관광대국 스위스서 ‘한 수’ 배운다

입력 2014-04-23 14:46 수정 2014-04-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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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국토의 60%가 산지로, 관광자원 개발에 열악한 조건을 지녔다. 하지만 작은 산악열차로 알프스를 오를 수 있도록 개발해 2013년 세계경제포럼 관광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 1893년, 스위스 산업계의 거물인 아돌프 구에르첼러는 알프스를 산책하던 중 대담한 구상을 떠올린다. ‘철도의 왕’으로 불린 그는 아이거와 묀히의 암벽을 통과하는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 정상까지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었다.스위스 관광산업의 ‘혁신 아이콘’으로 통하는 융프라우 산악열차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20여년이 지난 2014년 융프라우 철도는 또 한번 새로운 도전으로 새로운 미래를 착착 준비 중이다. 최신형 케이블카를 설치해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정상까지 이동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아이거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유럽 최고의 고도에 철도를 건설한 개척정신이 100년을 넘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해발 3454m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산악열차로 한번에 = 지난달 28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여를 달려 인터라켄 역에 도착하니 따뜻한 햇살이 가장 먼저 반겼다. ‘톱 오브 유럽(Top of Europe)’ 융프라우 요흐에 가기 위해 톱니바퀴형 레일을 따라 산을 오르는 기차를 갈아탔다. 곧이어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하얗게 반짝이는 융프라우의 웅장한 설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후 열차는 단단한 암벽을 뚫어 만든 7㎞ 길이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 50여분간을 더 달렸다. 중간중간 고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터널 안에 있는 아이거글레처, 아이거반트, 아이스메어역 등에 차례로 5분씩 정차했다. 이곳에선 역 안의 큰 유리창을 통해 아찔한 절벽과 빙하가 어우러진 융프라우의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기차 안에서는 영어, 독일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8개 언어를 통해 관련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작은 산악열차만으로 알프스를 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의아했다. 융프라우 철도 가이드 브리기테 고스텔리(Brigitte Gosteli)씨는 “선로가 톱니바퀴처럼 돼 있어 25도 경사의 산을 올라갈 수 있다”며 “기차 운행에 필요한 에너지는 수력발전을 통해 조달해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전체 면적은 4만1285㎢으로, 남한 면적의 41.5%에 불과하다. 국토의 60%는 산지로 이뤄져 있을 정도로 산악 지형이 많아 관광자원 개발에 기본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지녔다. 그러나 스위스는 이같은 약점을 역발상으로 극복해 연간 관광수입만 345억프랑(40조5000억원)을 올렸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경쟁력 평가에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1986년에 첫 삽을 뜬 융프라우 산악열차 건설사업은 2년 후 클라이네 샤이텍-아이거글렛쳐 구간을 시작으로 16년여년 만에 유럽 최고의 고도인 해발 3454m에 융프라우요흐 철도역이 개통되면서 마무리됐다. 총 9.3㎞ 구간을 오가는 융프라우 철도는 오늘날까지 철도 기술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업적으로 불린다.

산악열차 덕분에 융프라우에서는 못할 수 있는 게 없다. 해발 2000m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이 있으며 산 정상에는 최고급 스위스 요리에서 아시아 요리까지 체험할 수 있는 6개의 레스토랑과 얼음조각품들이 전시된 얼음궁전이 연중 문을 연다.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우보드, 눈썰매장을 여름에는 하이킹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도로, 자전거 전용호텔까지 완비돼 있다.

관광산업을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삼겠다면서도 1989년 덕유산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설치된 이래 24년 동안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가 허용되지 않고 연간 50만명이 찾는 대관령 목장도 규제에 가로막혀 숙박과 휴양시설, 식당, 카페 등 관광객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 융프라우 관광자원화로 연 2000억 매출 =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매해 겨울시즌 마지막날(올해는 4월 5일) 유명 가수를 초대해 콘서트를 열고 있으며 9월엔 지상 호텔에서 산 중턱까지 달리는 마라톤 행사도 연다. 융프라우 철도 슈테판 피스터(Stefan Pfister) 마케팅 디렉터는 “마라톤 행사에는 매년 6000명 정도가 참가해 관광객 집객효과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관광객을 유인하는 다양한 인프라와 프로그램에 힘입어 융프라우를 찾는 관광객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악열차 티켓구매자를 기준으로 2012년 83만3000명이던 관광객수는 작년 92만명으로 늘었다.

융프라우 철도(Jungfrau Railway)는 융프라우를 깎고 레스토랑을 짓는 등과 같은 융프라우의 관광자원화를 통해 연간 1억7000만프랑(약 2000억)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산악열차 판매액이 1억2000만프랑(약 1400억)으로 대부분이며 나머지는 레스토랑 운영, 수력발전, 레포츠, 주차시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융프라우 철도는 201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이동시설을 보강 중이다. 약 2억프랑(2300억원)를 투자해‘아이거 익스프레스’라는 연속 루프 케이블카와 40초 간격으로 출발하는 곤돌라를 설치해 지상인 그린델발트에서 융프라우요흐 역까지 운행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프로젝트다. 피스터 마케팅 디렉터는 “이 시스템이 완공되면 현재 2시간17분인 인터라켄과 융프라우간 이동시간이 1시간30분으로 줄게 되고 겨울스포츠 이용객들과 단체관광객들의 편의성이 높아져 최대 2억프랑(2300억)정도 경제적 효과가 더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융프라우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개발에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융프라우 철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1년 여에 걸쳐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작업을 거친 결과 자연보호구역을 피해 케이블카 이동경로를 설정하는 등 최대한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은 방향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대안 역시 세계적인 관광지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는 비결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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