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연암과 다산…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입력 2014-04-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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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희 중소기업진흥공단 리스크관리처 과장

중진공에서 지원하는 인문학강의 수강 프로그램이 개설되었을 때 수업 핑계로 ‘칼퇴’해보자 하는 불순한(?) 마음으로 신청한 고미숙 선생의 ‘연암과 다산’ 강의. 그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기억 속에 조선 후기 실학자라는 동일 카테고리에 묶여 있던 박지원과 정약용 선생. 그런데 사실은 신념과 가치관, 삶의 스펙트럼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흥미롭고 충격적이었다.

조선 후기 지성사를 논할 때 당파(노론/소론, 시파/벽파)와 사화를 빼 놓을 수 없다. 이런 피바람의 영향으로 정계에 진출하지 않고 초야에서 근본 지성에 집중하는 세력이 생기게 되는데 조선 후기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박지원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하였으나 목민관의 이상향을 학문으로 승화시킨 최고의 경세(經世)학자 정약용.

이 두 거대한 지성은 신체 기질적으로도 반대적 성향을 지녔다. 한쪽(연암)은 물, 지혜, 독창성, 잠, 유머, 예의·격식을 싫어함으로 나타나고, 또 다른 쪽(다산)은 불, 지성, 열정, 박학, 불면증, 남쪽, 격식 중시의 성향을 보인다.

자연스럽게 이념과 철학적 근간에서도 완전히 대립각을 이루는데, 두 사람의 지성과 경륜이 최절정에 이른 시점에서 탄생한 열하일기와 목민심서에서 그 차별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연암이 위계와 서열은 중요하지 않으며 백성 개개인의 윤리적 자각을 중요시 한 ‘유목민’의 이상향을 제시했다면, 다산은 백성을 수령의 지도와 돌봄을 받는 존재로 그리며 ‘목자’의 삶을 이상향으로 제시한다.

시련이 닥치고 정해진 가혹한 운명이 다가왔을 때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 선택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아름다움과 강함을 보여준 연암과 다산.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근본 가르침만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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