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경수 이사장 vs 박종수 회장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4-04-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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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과 금융투자협회 박종수 회장은 자본시장 양대 수장이다. 최 이사장에게 금융투자업계는 주주이며, 박 회장에게는 회원이다. 최 이사장은 수수료로, 박 회장은 회비로 살림을 꾸려 나간다.

거래소와 협회는 예로부터 의전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수장이 행사에 참석하는 날이면 비서실이나 홍보실이 비상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웬만큼 비중 있는 행사가 아니면 같이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 두 수장 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박 회장이다. 회원사를 규합해 사상 처음으로 거래소에 반기를 든 것이다.

증권사와 선물사 36곳 대표들은 지난달 28일 협회에서 첫 주주협의회를 갖고 거래시스템 운영, 배당금 정책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특히 ‘한맥사태’와 같은 주문사고가 발생할 경우 거래소가 자금인출 제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손실액도 손해배상공동기금과 거래소 이익적립금에서 각각 50%씩 충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반기마다 전체 회원사가 참여하는 주주협의회를 열어 거래소 운영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키로 했다.

최 이사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협회 회원은 곧 거래소 주주이기 때문이다. 독단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마음이 불편했다. 배당금이나 이익적립금 같은 경영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거론된 것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주주들의 요구이기 때문에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최 이사장이 거래소 수뇌부들과 심사숙고 끝에 내린 첫 답변은 주주협의체와 3개월마다 만남의 장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주주협의회가 요구한 것을 수용하려면 법 개정 등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조율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당장 여의치 않자 정기적인 만남을 제안하며 주주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여러 갈래다.

명분에서는 박 회장이 포인트를 올렸다. 그동안 협회가 회원사들에게 신망을 못 얻었던 게 사실이다. 회비는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대변자 역할은 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ELW사건과 2012년 소액채권 수익률 담합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업계는 협회가 적극적으로 방어해주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전임자 재임기간 중 발생한 사안이지만 업계 불만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박 회장의 과제나 마찬가지다. 불황기에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만큼 박 회장에게 큰 명분은 없다. 그렇다보니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년 초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고 얘기도 한다.

허를 찔린 최 이사장은 당장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주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그들의 요구가 허황된 게 아니기 때문에 고민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최 이사장 하기 나름이다. 전화위복이 될 수 도 있다.

최 이사장이 올해 신뢰 금융환경 구축을 내세운 만큼 주주협의회가 성실한 대화를 나눈다면 이 또한 최 이사장에게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있다.

거래시간 연장 등 최 이사장이 추진하는 정책은 상위기관인 금융위의 허락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금융위가 제동을 걸으면 거래소는 한발 짝도 앞에 나갈 수 없다. 문제는 두 기관이 그다지 원활한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들과 성실한 대화를 나눠가며 견제세력이 아닌 원군으로 만든다면 정책 추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거래소 숙원사업인 ‘공공기관 해제’ 에 대해 업계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양 수장이 주주 겸 회원을 볼모로 기(氣)싸움만 하면 거래소도, 협회도, 그리고 더 나아가 자본시장도 퇴보할 수밖에 없다. 기관 이기주의에 빠져 자기 살림만 챙기려 한다면 회원과 주주로부터 모두 외면당할 것이다. 작금의 긴장관계를 상생관계로 승화시켜나가야 한다.

규제도 풀어야 하고, 업계도 살려야 하고, 증시 3000시대도 열어야 하고, 양 수장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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