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 M&A시장에서 큰 손으로 부상

입력 2006-05-04 15:33 수정 2006-05-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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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4.8조 수익성 탁월...대우건설 인수전에서는 후퇴

“‘군바리’가 투자를 해봤자, 얼마나 잘 하겠어”

지난 1982년 군인과 군무원의 복지증진을 위해 설립자금 223억원으로 출범한 군인공제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듯 차가웠다.

조직의 대부분이 군인들이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돈이 몰리는 곳을 알려면 군인공제회를 따라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부문에서 혁혁한 전과를 세우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공제회는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가 유력시되던 '큰손' 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5000억원을 투자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철회하면서 또 한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수불참 이유가 수익률 보장여부가 불투명하고, 김재록 게이트가 얽히는 등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공제회의 투자 성향과 수완 등에 대한 궁금증을 키운 하나의 '사건'이었다.

도대체 군인공제회는 어떤 곳이길래 그런 초대형 규모의 M&A 참여의사와 철회를 대수롭지 않게 밝힐 수 있는 것일까.

◆4조8000억 자금력 앞세운 M&A시장의 큰 손

1982년 출범한 군인공제회는 한국의 육, 해, 공, 해병대 등 모든 군 출신 인사들 중 하사 이상을 비롯해 군무원, 국방부 산하기관 공무원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단법인이다. 83년 군인공제회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84년 2월 출범했다.

군인공제회는 2005년 8월 말 현재 제일식품, 대양산업, 고려물류, 공우ENC 등 7개 직영사업체, 용산대행, 한국캐피탈 등 5개 산하법인체, 태릉 남성대 남수원 등 3개 골프장(수탁관리업체) 등을 산하 사업체로 두고 있다.

공제회의 직영사업체는 말 그대로 직영하는 곳이고 법인체는 계열사와 같다. 반드시 100% 지분을 가지지 않은 곳도 있다. 수탁관리업체인 골프장 3곳은 국방부 소유로 군인공제회가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다. 군인공제회의 헤드쿼터인 본부의 총 인원은 156명으로 모든 투자활동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본부는 주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과정이 매우 짧게 짜여져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평을 받는다.

현재 국인공제회의 금고에는 총 4조8000억원대의 거금이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막대한 자금 가운데 57.9%를 건설사업에, 33.6%를 금융투자에 쏟아 부으면서 이 분야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한 마디로 20여년만에 자산규모가 200배가 넘게 커졌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금호타이어 투자다. 지난 2003년 지분 50%를 주당 1만원에 인수한 금호타이어는 현 주가 가 1만5400원대로 뛰면서 평가차익만 1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초 지분일부를 매각하면서 350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뒀고, 지난 2년간 배당금으로 370억원 이상을 받아갔다.

한국캐피탈도 마찬가지. 지난 2001년 71.88%를 117억원에 인수, 현재 주가 기준으로 985억원의 지분가치를 갖고 있어 868억원의 평가차익이 예상된다. 이미 배당금만으로도 투자원금을 회수한 상태다.

◆투자판단 심사 집행...전시 작전운행 수준 철두철미

이처럼 군인공제회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최종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투자후보를 선별하는 투자심사부서의 저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업본부, 건설지원본부, 금융투자본부의 구성원들이 사실상 군인공제회의 핵심 ‘팔과 다리’들이다.

군인공제회의 투자 결정은 4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한 후 집행된다. 사후에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다. 하지만 연간 500~600건에 달하는 투자신청서를 일일이 검토하고 심사해서 최종적으로 ‘돈이 될 것 같다’는 20~30건의 후보로 간추리는 작업은 앞서 언급한 각 사업부서의 몫이다.

투자제안이 들어오면 사업총괄과에서 1차적으로 검토를 한다. 여기서 건설이냐, 금융이냐에 따라 해당부서로 넘겨진다.

전체 자금의 절반이 넘는 자금이 투여되고 있는 건설부분이 주력부대이다. 건설사업본부 7명, 건설지원본부 10명 등 공병 출신 장교 17명이 주도한다. 최종천 건설사업본부장, 조정제 건설지원본부장도 공병장교출신이다. 군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회원아파트 및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을 잇따라 성공으로 이끌면서 군인공제회의 덩치를 키운 장본인들이다.

우명원 회원주택팀장은 아파트 부지매입·시공·분양분야 전문가로 알려지고 있다. 안영구 공사관리팀장은 민원 및 보상문제 해결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금융투자본부는 김성중 본부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금융투자본부는 금융전략팀 기업금융팀 투자운용팀 등 3개팀으로 구성된다. 경리장교 출신 8명을 포함해 총 16명이 포진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 외부의 전문가들과 전문기관 등을 통해 충분히 자문을 구하고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 특징.

김 본부장은 육군본부 예산편성과장, 3군사령부 예산편성과장, 군수사령부 예산회계차장 등을 거쳐 지난 84년 미국 플로리다 공대 MBA를 취득했다. 기업 M&A건과 같이 신속하게 투자결정이 필요할 경우 김 본부장과 베테랑 경리장교 출신인 김창현 금융전략팀장이 1차 의사결정을 내린 뒤 재무이사와 이사장에게 결재를 받는 ‘핫라인’이 구축되어 있다.

이렇게 결정된 투자계획은 이사회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시킨다.

이사회는 이사장(의장), 관리이사, 재무이사, 사업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사들은 언론에 이름이 나가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투자에 관한 여러 가지 민원이 들어갈 수 있음을 의식한 사전 조치인 셈이다.

김승광 이사장만이 수면위에 올라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폐쇄적인 조직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나마 김 이사장이 최근 투자기업인 CT&T와 공동으로 골프카 설명회을 통해 공개석상에 나선 것이 화제가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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