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도 투자 대상

입력 2006-05-11 10:14 수정 2006-05-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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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크 로드코의 ‘마티스에 대한 경의’가 2240만달러(약 235억원)에 팔려나가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우더니 바로 다음날 데이비드 스미스의 조각작품이 하루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스미스의 대형 스테인레스 스틸제 조각품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380만달러(약 250억원)에 팔려 나갔다.

지난 해는 미술경매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약1050억원)가 넘는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소더비 뉴욕 근대미술 경매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은 1억416만달러(약1094억원)를 기록했다.

미술시장의 특성 상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해 전 세계 미술시장의 매출 규모를 약 300억달러(약 31조50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미술시장의 열기가 뜨거워

무엇이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돈을 미술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일까? 미술작품이 일차적으로 소비재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될 수 없다.

다시 말해 미술작품 구입의 일차적 목적은 그것의 소비를 통해 미적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다.

로드코의 ‘마티스에 대한 경의’는 미술에서 미술 외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오직 ‘색(色)’과 ‘면(面)’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작품 구매자는 자신의 거실에 이 작품을 걸어두고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고 싶어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만으로는 오늘날 미술시장의 규모와 역동성을 설명하기 힘든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오히려 오늘날 미술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미술작품은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수익(혹은 손실)을 낳는 상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미술품은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투자재다.

그렇다면 투자의 대상으로서 미술품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주식이나 채권에 비할 때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가? 또 미술작품 투자에 고유한 리스크는 무엇인가? 아니 그 이전에 미술작품은 과연 투자의 대상일 수 있는가?

일반인들이 미술시장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술작품의 가격 결정 과정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이로 인해 특정 작품의 적정 가격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주식의 경우 현금흐름이나 재무제표 등 그것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이 존재하지만 미술작품의 경우 그것의 시장 가치를 드러내줄 만한 객관적인 기준이 미흡하다.

또 주식시장에선 주가수익률(PER) 등을 통해 특정 주식의 적정주가를 판단할 수 있지만 미술작품의 경우 적정 가격대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미술작품의 시장 가치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미술작품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투자로서 미술품

이러한 특성을 갖는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일 수 있을까? 가치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내가 보기에 시장 가치가 높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시장 가치가 전혀 없는 상품이 투자의 대상일 수 있을까?

분명 미술작품 가치에 대한 판단은 사실 판단이 아니라 취미 판단이고, 그것은 논리적 설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술품의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드러내주는 그러한 기준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술품의 가치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의 판단이 전적으로 주관적인 의견에 종속돼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작품의 가치 판단은 사회ㆍ문화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시장 가치는 미술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비평가와 미술사가, 미술관 큐레이터, 갤러리 딜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일치된 의미부여와 이에 대한 컬렉터들의 신뢰에 기초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품의 시장 가치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미술작품에 시장 가치가 부여되는 이러한 과정은 여러 사회적 인정(recognition)들이 미술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경험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명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의 전시 경험, 비엔날레 등의 국제적 행사 참가와 수상 경력, 미술관의 작품 소장 여부, 미술관련 문헌에 등장 여부와 빈도, 미술사가의 평가 등이 이에 포함되고, 실제로 여러 경험적 연구들은 이들 요인들이 시장에서 미술품 가격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시카고 대학의 데이비드 갈렌슨(David W. Galenson) 교수는 경매 시장 판매 가격별로 생존작가 작품의 순위를 매긴 다음 이들 작품이 왜 비싼지 실증적 요인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미술품에 대한 수익률 분석도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을 가능케 하면서 시장의 합리성을 키우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미술전문회사들은 미술작품의 사조ㆍ시대ㆍ작가별 수익률에 대한 분석을 활발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미술시장은 막연하게 생각하듯 그렇게 혼란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술작품의 시장 가치가 여러 경험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등 미술시장도 나름대로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미술시장의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분산 등에 대한 경험적 연구들이 활발해지면서 감상의 대상이던 미술작품에 점차 수익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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