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박태환, 포상의 의미는 전혀 없는 런던올림픽 포상금 지연 지급

입력 2014-03-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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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엽 문화부 차장 겸 스포츠팀장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그야말로 국민적인 영웅이었다. 박태환은 피겨의 김연아와 더불어 ‘국민남매’로 통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박태환은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자랑했다. 특히 400m 예선에서는 실격 처리 통보를 받았다가 결승전을 앞두고 실격 판정이 번복되는 해프닝까지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은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국내 선수 중 박태환이 유일하다. 금메달뿐만 아니라 메달을 획득한 선수 역시 아직까지 그가 유일하다. 구태여 다른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박태환이 한국에서는 다시 나오기 힘든 선수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수영연맹은 박태환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을 지난 2월에야 지급했다. 수영연맹은 “관련 예산이 부족해 이사회를 통해 2월 대의원 총회 이전까지 자금을 확보한 뒤 지급하려던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쩐지 답변은 옹색하기만 하다. 런던올림픽 이후 일정이 빨리 끝난 박태환은 연맹 수뇌부의 의지와 달리 조기 귀국을 원했고 올림픽 직후 수영연맹 주최로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도 불참함으로써 이른바 ‘괘씸죄’에 걸렸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연맹은 그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을 대신 다이빙 유망주의 국외 전지훈련 비용으로 쓸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결국 2013년 1월 연맹 대의원총회에서 실시한 자체 감사 결과로 이 같은 내용이 밝혀져 거센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수영연맹은 포상금의 의미를 아마도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칭찬하고 장려해 상으로 주는 돈’이 포상금의 의미다. 일정 성적 이상을 기록하거나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가 형식에 따라 요청하면 결제해서 주는 돈이 아니다. 박태환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 역시 마찬가지다.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경우 달라고 요청한 돈이 아니다. 연맹 스스로 선수들이 올림픽 같은 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자체 규정이다. 줄까 말까를 놓고 줄다리기나 하면서 선수를 길들이기 위한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금이라도 그럴 의도가 있다면 차라리 명문화하지 않고 연맹 회장 이름으로 금일봉을 전달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어차피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당시 받았던 포상금 역시 코칭스태프와 전담팀 혹은 꿈나무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박태환의 아버지는 이번 포상금 역시 박태환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에 기부할 방침이었다. 박태환은 “다이빙 유망주들에게 지원한다고 들어 기쁘다”는 대인배다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포상금을 만들어 놓고도 “관련 예산이 없다”는 옹색한 변명을 내놓으며 대회 후 무려 18개월이나 지나 겨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수영연맹. 자비로 훈련하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 장학재단까지 만들어 꿈나무들을 지원하려는 박태환. 둘 중 누가 더 한국 수영을 위하는 쪽인지 분명하다. 받는 입장에서 전혀 격려도 되지 않고 힘도 나지 않는다면 포상금은 전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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