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짝’의 그녀를 죽였을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3-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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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 여성이 숨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 촬영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5일“엄마 아빠 미안해. 나 너무 힘들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 계속 눈물이 나. 버라이어티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라는 짤막한 일기형식의 유서를 남긴 채 숨진 전모씨(29).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촬영 중 자살해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억측과 추측,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전모씨의 자살사건으로 ‘짝’은 전격 폐지됐다.

하지만 제작진은 끝까지 ‘짝’을 고수하려했다. 일부 네티즌과 시청자의 입에서 전모씨를 향해 ‘민폐녀’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충격이다. 섬뜩하기까지 하다. 절감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왜 ‘쓰레기통 TV(Tele-Poubelle)’라고 비판받는지를. 그리고 국내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해 자살 하는지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1980년대 미국 방송에서 개발한 장르로 다큐멘터리와 기존 오락성이 강한 드라마, 코미디, 쇼, 예능 등을 시청자 구미에 맞게 혼합한 것이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적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포맷으로 각광받고 있다. 방송사로선 이처럼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 수많은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앞다퉈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시청률을 잡기위한 무한 질주를 계속 한다. 불륜추적, 조건부 결혼, 사생활의 과도한 현시, 조작적 스토리텔링 등 선정성과 자극성, 폭력성을 확대재생산한다. 인간성 파괴의 브레이크 없는 경쟁도 어렵지 않게 진행한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출연자의 인권과 인격, 진심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출연자의 가공의 스토리텔링도, 허위의 사생활도, 조작적 감정 만들기도 서슴치 않는다. 출연자의 아픔과 상처, 슬픔, 그리고 가난과 장애마저 아무렇지 않게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다. 제작진의 유일한 미덕은 시청률이기에.

“여자 6호분한테 선택에 있어 저 선택하지 말라고 하신 거 이게 리얼 입니까? 리얼 이라고 하면서 그러지 마세요. 착하게 사람들 역이용해서 방송 시청률 높이는 거 급급하지 마시고 인간의 도리로서 보이지 않는 약속을 하셨으면 그 약속 지키는 게 도리라고 생각 합니다.” ‘짝’의 한 출연자가 공개적으로 행한 항변이다. 하지만 이러한 항변은 시청률을 위해 돌진하는 제작진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프랑스 국립범죄행동학교 연구원 올리비에 라작은 ‘텔레비전과 동물원’을 통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해 준열한 비판을 가했다. “리얼리티 TV는 TV에 전시되는 개인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앗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인체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SBS)

폐악의 극치를 달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고도의 개입과 연출, 편집이 개입되는 인위적 프로그램인데도 진짜 리얼한 프로그램이라고 출연자도, 시청자도 환호한다. 일반인 출연과 관찰기법, 리얼리티 현장 화면을 포함해 재연, 감시화면, 사회자의 이야기 등 사실성과 일상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장치 등을 동원하기에 출연자 뿐만 아니라 시청자 역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때로는 공감하며 때로는 대리만족하며 현실로 수용한다. 더 나아가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인식한다. 심지어 길들여진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내용이 인식의 근간이 되고 생활의 패턴이 된다. 리얼리티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무차별적 선정성과 극단성, 폭력성을 이용해 시청자들을 끊임없이 자극한 결과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진은 ‘쓰레기통 TV’라는 전문가의 비판도, 출연자의 인권을 지켜달라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요구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시청률이 더 나온다면 서로 탈락시키고 희생양을 만들 것을 강요하며 개인의 상처와 아픔, 슬픔마저 시청률을 위해 세일즈하고 선정과 폭력마저 상품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를 너무나 쉽게 행한다. 한 미디어 평론가의 지적처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미 시청률 앞에 양식과 양심이 마비된 거대한 괴물이 됐다.

무엇이 ‘짝’의 전모씨를 죽였을까. 누가 죽은 전모씨를 향해 ‘민폐녀’라며 아무렇지 않게 인격 살해를 가하는 끔찍한 시청자와 네티즌을 양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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