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쇼핑 득과 실] “암행검사 출두요”

입력 2014-03-05 11: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규모 금융사고에 소비자보호 최대 이슈… 금감원 올해 사상 최대 미스터리쇼핑 예고

# A은행 지점 창구직원인 B씨는 전문용어가 섞인 질문을 던지는 고객이 오면 의자를 바짝 당겨 앉는 습관이 생겼다. 본사에서 예년보다 일찍 미스터리쇼핑에 응대하는 메뉴얼이 담긴 책자가 하달된 상태라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최근 한 고객이 방문해 펀드 가입에 대해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질문을 쏟아내자 순간 미스터리쇼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상품설명서에 현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적지 않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상품과 관련해 다양한 금융지식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많아 미스터리쇼퍼(고객을 가장해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현대판 암행감찰로 불리는 미스터리쇼핑(Mystery shopping)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일부 금융회사들은 본점 차원에서 고객을 대응하는 일선 창구직원들에게 사전 메뉴얼 담은 자료를 배포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금융권에 소비자보호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미스터리쇼핑과 별도로 직원 교육과 자체 미스터리쇼핑 실시 등 불완전 판매 예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현장중심 검사와 암행검사를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 무엇보다 특별점검팀이 불시에 현장을 점검하는 암행검사를 통해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를 사전에 막을 방침이다.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등 대규모 금융사고 잇따라 발생한 만큼 금융감독 시스템을 상시적인 감시 및 기획 검사체제로 전환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권은 금감원이 펀드와 방카슈랑스 등 금융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미스터리쇼핑을 대대적으로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스터리쇼핑이란 고객을 가장해 금융회사를 방문 혹은 전화 등으로 금융상품의 판매 실태를 점검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변액보험과 펀드를 중심으로 불완전 판매 실태를 평가하고 금융사별로 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이런 탓에 지난해 금융회사들은 미스터리쇼핑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취임 후 민원 감축을 대대적으로 주문한 만큼 첫 미스터리쇼핑에서 눈 밖에 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에서다.

그러나 미스터리쇼핑을 둘러싼 문제도 적지 않다. 미스터리쇼핑의 대상 상품은 변액보험이다. 변액보험은 상품의 특성상 고객의 돈(보험료)를 받아 금융사가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이렇게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변액보험 미스터리쇼핑에 대해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위탁하는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하는 전문 조사업체의 수가 제한적이라 최근 보험사들이 자체 미스터리쇼핑을 강화하면서 당국과 위탁업체가 겹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위탁으로 조사를 나온 업체가 자신의 고객사에 점검을 하러 오는 격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미스터리쇼핑의 조사업체가 동일해 시행하기 전에 조사일정이 새어나간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설계사는 “금감원이 미스터리쇼핑이 나온다는 계획이 알려지면 회사 차원에서 이 기간에서는 각별히 주의를 하라는 지도가 나온다”며“일부 보험사의 경우 소위 영업 잘하는 설계사들을 선별해 조사가 나오는 지점에 임시적으로 배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인력 부족으로 미스터리쇼핑 자체가 의례적인 조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실제 금융권은 미스터리쇼핑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춘 조사업체가 두 곳 정도에 불가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 2012년까지 2개의 기관에서 번갈아 가며 전 금융권에 대한 미스터리쇼핑 조사가 실시됐으며 지난해 말에 이루어진 미스터리쇼핑에서는 이러한 문제 지적에 따라 새로운 신규업체 2곳을 포함해 컨소시엄 방식으로 용역을 수행토록 했지만 인프라나 역량부족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리쇼핑과 관련해 금융사 직원들의 스트레스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 메뉴얼과 교육을 받고 있지만, 미스터리쇼퍼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혹시 잘 대응했다가는 회사 차원의 징계도 감수해야 해 미스터리쇼핑과 관련한 업무처리에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 내정
  • 검찰,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이재명 부부에 소환 통보
  • 꺾이지 않는 가계 빚, 7월 나흘새 2.2조 '껑충'
  •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 장식한 대기록…오승환ㆍ김현수ㆍ최형우 '반짝'
  • “나의 계절이 왔다” 연고점 새로 쓰는 코스피, 서머랠리 물 만난다
  • ‘여기 카페야, 퍼퓸숍이야”... MZ 인기 ‘산타마리아노벨라’ 협업 카페 [가보니]
  • 시총 14.8조 증발 네카오…‘코스피 훈풍’에도 회복 먼 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822,000
    • +1.42%
    • 이더리움
    • 4,280,000
    • +0%
    • 비트코인 캐시
    • 470,300
    • +0.99%
    • 리플
    • 622
    • +0.97%
    • 솔라나
    • 198,400
    • +1.59%
    • 에이다
    • 519
    • +3.8%
    • 이오스
    • 738
    • +5.58%
    • 트론
    • 184
    • +0%
    • 스텔라루멘
    • 126
    • +1.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850
    • +1.77%
    • 체인링크
    • 18,190
    • +2.77%
    • 샌드박스
    • 427
    • +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