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상고 포기…'삼성 킬러' 법무법인 화우, 재판서 밀린 이유는?

입력 2014-02-26 16:48 수정 2014-02-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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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상고 포기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에서 상고를 포기했다

애당초 법무대리인 선정부터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강공'을 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한 상속소송은 쉽게 엄두를 못낼 일이었다. 때문에 전면에 '삼성 킬러'로 알려진 법무법인 화우를 내세웠다. 삼성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화우 역시 역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26일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며 "소송으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 것 같다. 가족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이맹희 씨측이 백기를 들었고 이건희 회장의 완승이었다. 나아가 이번 소송으로 인해 삼성가를 둘러싼 재산소송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있다 해도 이번 재판 결과는 단순한 주문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철옹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재판 초기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법무법인 화우가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숙희(77·차녀) 씨를 대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건희 회장과의 상속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화우는 법조계에서 이미 '삼성 킬러'로 불렸다. 국내 최대기업을 고객이 아닌 적으로 둔 화우는 일찌감치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보기좋게 완승을 거둬왔다. 삼성 킬러라는 수식어는 다른 소송에서도 적잖은 효과를 거뒀다. 별명 역시 화우 스스로가 아닌 법조계에서 자연스럽게 붙여준 이름이었다.

삼성 킬러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무법인 화우는 1993년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채권단의 변호를 맡았다. 당시 14개 채권단의 법무대리인으로 나선 화우는 삼성을 상대로 법정 승리를 이끌어 냈다. 삼성은 결국 6000억원의 원금 일부와 이자를 지급했다.

2011년 사회적 이목을 끌었던 ‘삼성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망’ 사건도 화우가 나섰다. 화우는 이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업무

상 재해를 인정받은 첫 판결이었다.

이때부터 화우는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을 상대로 승소를 이끌어냈다는 이유로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재판은 초기부터 법무법인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 양상이 거세게 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에 대해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힌 신문기사. 그 바로 밑에 '삼성 킬러'인 법무법인 화우의 '대법관 영입인사' 광고가 달라붙었다.

초기 재계 일각에서 이맹희 씨 측이 상속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일 때부터 대리인은 화우가 거론됐다. 화우 이외에 다른 법무법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아가 삼성을 상대로 맞설 법무법인도 많지도 않았다.

재판 초기 화우가 이 사건에 투입한 변호사는 모두 13명. 조세와 상속 전문가뿐 아니라 검찰 출신 변호사까지 합류했다. 당시 화우 측은 “이맹희 전 회장 쪽의 주장이 대법원 판례로 굳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화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이건희 회장측은 피소 2주가 지났지만 변호인단을 선임하지 않았다. 재계에선 이러한 이 회장과 삼성의 의중을 파악하기에 바빴다.

결국 삼성은 발빠르게 화우에 맞설 변호인단을 꾸렸다. 삼성그룹 법무팀은 웬만한 로펌보다 규모가 크다. 그러나 이 회장 개인적인 소송에 삼성 법무팀이 나서면 자칫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소송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려있기도 했지만 국내 최고 수준의 변호인단끼리 자존심이 걸린 싸움으로 번졌다. 삼성은 결국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화우에 맞섰다.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원, 법무법인 태평양의 초호화 변호인단이 삼성 앞에 섰다. 하나의 대리인에게 소송 전체를 맡기는 것이 아닌, 각 분야별 전문변호사를 하나하나 가려서 선임했다. 각 로펌의 간판급 변호사로 구성된 연합군인 셈이다.

이들은 재판에서도 해박한 법리를 바탕으로 원고 이맹희 씨측 소송 대리인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화우가 삼성을 상대로 했던 과거의 소송과 이번 소송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삼성차 채권단과 노동자를 대변했던 이전과 달리 가족끼리의 상속분쟁은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1심과 항소심에서 연달아 패한 화우에게 더 이상 '삼성 킬러'라는 수식어는 통하지 않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화우 역시 기존 삼성을 상대로한 소송과 달리 간판급 변호인단을 꾸렸던 것으로 안다"며 "재판이라는 게 상고 때 충분히 역전될 수도 있는 것. 원고 대리인 입장에서 역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 게 안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 소송 대리인 윤재윤(사진 오른쪽) 변호사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 소송 대리인 차동언(사진 왼쪽) 변호사의 상반된 표정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가 유산소송 판결 선고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양측 변호사의 모습.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는 이날 이맹희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일부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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