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미국 제조업의 부활 -정유신 한국벤처투자대표

입력 2014-02-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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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해외로 거점을 옮겼던 많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의 대표기업 애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생산을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 OEM 방식으로 현지 생산했지만 작년 가을 신제품 ‘Mac Pro’의 생산은 텍사스주 소재의 미국기업에 맡겼고 관련 부품도 앞으로 애리조나주에서 생산할 예정이라 한다. 제네럴 엘렉트릭(GE)은 2012년 폐쇄 직전이던 켄터키주 루이빌공장에 약 1조원을 투자해서 중국이나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가전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GM도 작년부터 자체엔진 생산거점을 멕시코에서 미국 메릴랜드주로 옮기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기업만 그런 게 아니다. 글로벌 다국적기업들도 미국으로 회귀하거나 미국 내 공장을 확장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독일의 지멘스는 2011년 말 캐나다에 있는 가스터빈공장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전했고, 영국의 롤스로이즈는 버지니아주에 제트엔진부품공장, 일본 도요타는 켄터키주 자동차공장을 증설해서 일본에서 생산하던 렉서스까지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컨설팅그룹 BCG에 의하면 2015년까지 이러한 다국적기업의 미국회귀로 총 200만 ~ 300만의 신규고용과 연간 100조원의 GDP 창출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니 가히 미국의 경제구조가 바뀐다고 할 만하다.

그럼 이러한 다국적기업들의 미국 회귀현상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의 가격경쟁력이 월등 높아진 점을 첫째로 꼽는다. 특히 셰일가스 혁명이 그 중심에 있다. 셰일혁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대폭 하락함으로써 화력발전, 운송, 화학제품 소재 등 다양한 산업의 가격경쟁 우위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셰일가스 혁명으로 2000년대초만 해도 단위열량당 원유 대 천연가스가격 비율이 1대1이었으나 지금은 12대1로 천연가스 가격이 원유의 10% 미만이다. 이에 따라 특히 멕시코만의 에틸렌공장 건설은 미국 화학업계에 경쟁력을 대폭 제고시킬 전망이라 한다. 또 미국의 가격경쟁력 제고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에 의한 임금하락도 한몫한다.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복수임금제를 도입, 신규고용자의 임금은 낮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종업원이 자유롭게 노조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둘째는 가격경쟁력 제고와 함께 미국인의 미국제품 선호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지금껏 싼 수입품을 취급해왔던 월마트가 작년부터 스포츠용품, 가전제품 등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50조원의 미국제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고, 곧 개최 예정인 소치올림픽에선 미국 유니폼으로 랄프로렌이 디자인한 미국제품을 쓰기로 했다. 이전 런던올림픽 땐 미국 유니폼을 중국산으로 해서 미국의회의 반발이 심했었다.

셋째, 생산거점의 미국이전 효과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내 공급체인에서의 리드타임 단축효과도 미국회귀를 더욱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선 이는 시간단축뿐 아니라 수송비용 절감효과도 가져온다.

아무튼 이러한 미국제조업의 부활은 미국 경기회복, 나아가 세계 경기회복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히 미국 제조업 부활은 이전과 달리 미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확대된다는 점에서 미국경기 회복 속도가 그만큼 빠를 것임을 예측케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중심의 신흥국들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미국의 자체 생산과 소비가 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같은 수출국들의 수출이 먹혀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의 산업구조변화 때문에 가뜩이나 수출 애로가 예상되던 우리로서는 수출 다변화에 각별한 민관합동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또 미국 경기회복이 빠를수록 신흥국들의 금융외환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는 양적완화 축소도 빨라질 것인 만큼 금융시장도 꼼꼼한 시나리오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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