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보기를 부른 필 미켈슨의 럭비공 퍼포먼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2-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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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골프 '피닉스오픈' 방송화면 캡처)

나흘간 50만명의 관중이 찾는 경기장이 있다. 쉽게 믿겨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웨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620만 달러ㆍ우승상금 111만6000달러)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의 스코츠데일 골프장(파71ㆍ7216야드)이다.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이 찾는 이곳은 주말이면 약 15만명이 몰릴 만큼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골프대회라기보다 지역축제라는 말이 더 어울릴 만큼 아수라장이다. 술을 마시며 야유를 보내거나 고함을 치르는 행위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골프장이라 부르는 이유가 그것이다.

특히 16번홀(파3ㆍ162야드)은 스코츠데일 골프장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홀 전체가 2만석 규모의 스탠드로 둘러싸여 선수들의 중압감은 극에 달한다. 3만 갤러리의 야유와 환호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샷 결과에 따라 최악의 홀이 될 수도, 최고의 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선수들은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다. 준비한 선물을 관중에게 나눠주거나 돌발 이벤트를 펼쳐 눈길을 끌기도 한다. 재미교포 제임스 한(33)은 지난해 7m 버디를 성공시킨 후 말춤을 선보이며 갤러리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2일 열린 3라운드에서는 ‘쇼트게임의 황제’ 필 미켈슨(44ㆍ미국)이 럭비공을 던져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미켈슨은 특유의 강한 어깨로 준비한 여러 개의 럭비공을 관중석 2층까지 힘껏 던져 팬들 성원에 보답했다.

그것이 문제였을까. 미켈슨은 이 홀에서 쇼트게임 난조로 더블보기를 범했고, 마지막 18번홀(파4)도 보기로 마쳤다. 후반 3홀에서 잃은 3타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만 달러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슨은 갤러리 한명 한명에게 사인을 해주며 퇴장했다.

노다영 SBS골프 해설위원은 “16번홀에서 럭비공을 던져주면서 어깨에 무리가 간 듯하다. 순간적으로 쇼트게임에 대한 힘 조절에 실패했다”며 쇼트게임 난조 원인을 분석했다. 사실상 무모한 퍼포먼스였다.

실제로 골프는 어떤 경기보다 호흡이 중요하다. 호흡이 조금만 거칠어져도 스윙(퍼팅) 리듬을 잃을 수 있다. 더구나 프로골퍼의 한타 한타는 수십만 달러와 직결된다. 따라서 평상시 볼이 러프에 들어가더라도 뛰어가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미켈슨은 그것을 몰랐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누구보다 팬서비스에 적극적이다. 관중 없는 프로스포츠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켈슨은 눈앞의 한타보다 갤러리와의 호흡을 선택한 셈이다.

미켈슨은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이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을 졸업해 ‘애리조나의 영웅’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법과 같은 쇼트게임을 무기로 10년이 넘게 정상권을 지키면서 많은 팬들을 보유했다. 그러나 그의 인기 비결은 따로 있다. 승리에 대한 욕망, 수백만 달러로도 바꿀 수 없는 팬서비스다. 그것이 지금의 ‘애리조나의 영웅’ 필 미켈슨을 있게 한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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