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경제적 불안 치유하는 정

입력 2014-01-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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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 대한 해설에 이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저 기술은 고득점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서양: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저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가산점을 받을 것입니다. 서양: 저 점프!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같은 사실을 두고 외국의 해설가는 예술적이다. 반면 우리는 경쟁적이다. 득점 위주의 타산적 태도로 보고 있다. 누구나 패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승패를 계산하는 태도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갈등을 양산한다. 손해 보기 싫은 것이다. 우리나라 경쟁구조는 어릴 적부터 평생을 두고 진행된다. 방방곡곡 시시각각이 경쟁이다.

발전과 활력을 위해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치다. 지나침은 병이다. 병이 된다. 마음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억압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갈등은 갈등을 키우고 불안은 그 불안으로 더욱 불안하다. 그래서 힐링(healing)이다. 웰빙은 몸을 위한 것이고 힐링은 마음, 정서를 위한 것이다. 힐링의 방법으로 시(詩) 쓰기 치료가 있다. 시 쓰기는 사회적 갈등과 마음의 불안을 구체화하여 드러내는 일이다. 비유와 상상을 통해 억압되고 소외된 감정을 배설한다. 정서적 배설(排泄)이고 심리적 힐링이다.

불안한 정서는 적절히 해소되어야 한다. 외적 발산에 의한 해소가 아닌 내적 승화에 의한 배설, 그리하여 정화(淨化)를 불러온다. 지금까지의 습관적이고 굳어진 감정을 부정하고 다른 감정을 환기(喚起)하는 것, 창조(創造)란 이런 것이다.

경제적 문제는 경제로 풀 수 없다. 문화가 답이다. 소극적인 것 같지만 적극적인 기제가 문화다. 단언컨대, 시(詩)의 시대가 오고 있다. 김연아의 나비 날갯짓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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