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경기둔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9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수치는 전문가 예상치 1.3%를 소폭 웃도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또 22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1997~99년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2.5% 올라 정부 물가안정 목표인 3.5%를 밑돌았다. 식품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루이스 쿠이즈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물가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올해 CPI 상승률도 지난해 정부 목표인 3.5%를 상당 기간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PPI가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PPI는 CPI의 선행 지표다. 또 PPI가 하락하면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게 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젠광 미즈호증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PPI 하락은 중국 제조업이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며 “높은 금리 등으로 제조업을 둘러 싼 상황이 안 좋아지는 데 금융당국이 긴축정책을 펼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조업 과잉생산이 PPI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0월 철강 등 과잉생산을 겪는 업체들에 노후설비를 폐쇄하거나 생산규모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차타드(SC) 중국연구소 소장은 “유가와 철강, 철광석 등이 PPI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최근 지표를 살펴보면 중국 경제가 잠재력을 넘어서는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무원은 최근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6%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7.4%로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