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일본 시장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3일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부품(DS) 부문 산하에 있던 가정용 LED 전구 판매 조직을 소비자 가전(CE) 부문으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CE 부문은 일본시장 유통망이 없는 만큼, 사실상 가정용 LED 시장의 일본 사업을 철수한 셈이다. 이와 함께 상업용 LED 사업도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LED 표준과 맞지 않아 신규사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 진입이 어려운 일본 시장에 매진하기 보다는 미국 등 대규모 시장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기존에 진출한 상업용 LED 사업은 유지·보수·관리만 지속하면서 점차 사업규모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엔저로 중장기 실적이 불투명하고 일본 시장 점유율이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에 따르면 지난 11월 셋째주(18~24일) 한 주간 많이 팔린 스마트폰 10위 안에 삼성전자 갤럭시는 단 한 제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위권에 든 삼성 제품도 갤럭시S4(16위)가 유일했다. 또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일본시장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9.9%로 4위를 기록했다. 애플이 1위의 아성을 계속 이어가는 가운데, 자국 업체인 소니와 샤프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8년 연속 1위가 확실시되는 TV는 일본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진한 판매실적에 따라 일본 TV 시장 진출 5년 만인 지난 2007년에 현지 사업을 철수했다. 지난해부터 차세대 OLED TV와 UHD TV를 앞세워 다시 한 번 도전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재진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까닭은 일본인들의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일본시장 진출에 장애로 작용한다. 일본인들이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큰 장벽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한국 전자기업을 일본의 후발 주자로 여겨왔다”며 “최근 세계 무대에서 소니 등 자국 업체를 앞서가고 있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