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고용률, 제대로 높이려면-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12-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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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목표의 하나는 고용률을 70%로 높이는 것이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노동가능 인구로 나눈 것으로 현재 65% 내외로 미국, 독일 등의 70%에 비해 낮다. 반면 실업자 수를 경제활동 인구수로 나눈 실업률은 3.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가장 낮고, 통계 숫자로는 자발적 실업이 거의 없는 완전고용 상태이다. 한국은 이렇게 대표 고용통계인 실업률이 어려운 고용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한편 다른 고용통계인 고용률은 실업률과는 달리 현실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대폭 개편해야 된다거나, 아니면 고용률을 정책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부터 있어 왔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을 높이는 정책은 과거 정부에 비해 크게 진전된 것이다. 그러나 고용률이 낮은 것은 한국경제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어 제대로 높이기가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제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은 나름 의미는 있지만 문제 해결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고용률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은 좋은 직업과 그렇지 못한 직업과의 보상 차이가 과도하게 크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낮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것도 직업 간의 과도한 보상 차이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먼저 한국은 전문직,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등 좋은 직업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과의 보수, 복지, 직업 안정성 등 종합적 보상 수준의 차이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즉 한국에서 어떤 직업을 얻느냐는 것은 신분제 사회에서 귀족과 평민이 되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대학, 대학원에 더 많이 진학해야 하고 해외연수와 고시 등의 취업 준비에 모든 것을 걸고 오랫동안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도 좋은 직업을 얻지 못하면 중소기업 등에 취업하기보다는 다른 시험이나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학생, 재수생,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는 취업자는 아니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실업자에서도 빠진다. 한국은 이렇게 취업자와 실업자에서 동시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 실업률과 고용률이 같이 낮은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미국, 유럽 등에 비해 5%p 낮은 55% 수준이다. 여성들이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에도 가사를 전담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취업준비자 등과 같이 취업자와 실업자 양쪽에서 동시에 빠진다. 한국의 보육은 시설 규모도 부족하지만 신뢰성 등 질적 문제는 더 열악하다. 여기에다 사교육 등 부모의 노력에 따라 들어가는 대학이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좋은 직업을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다 보니 자식이 있는 여성들이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 고용률이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고용률을 높이려면 좋은 직업과 그렇지 못한 직업 간의 과도한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핵심 정책이 돼야 하고, 공공보육시설의 확대와 공교육의 정상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을 맞게 잡았으면 정책수단도 제대로 골라야 한다. 모두 쉬운 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특히 핵심 정책인 직업 간의 보상 차이를 축소하는 것은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커 추진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쉬운 정책으로 고용률이 오르고 노동시장이 정상화된다면 과거 정권에서 이미 했을 것이다.

의사 등 전문직의 인원 확대와 업무독점 최소화, 공무원 등 공공 부문의 임금인상 억제 등을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의 보수 인상은 좋은 직업의 보상수준을 낮추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개별기업의 재무상황, 기업경쟁력, 정규직의 반발 등이 복합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근무조건이 나쁜 곳에서라도 일하는 것이 일 안 하고 좋은 직장만 찾는 것보다 유리해지게 실업급여를 확충 개편하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생산적인 복지이다.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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