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이후 두 번째 월드컵 본선은 1986년 멕시코였다. 무려 32년간의 기다림과 도전 끝에 이룩한 두 번째 본선 진출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재진출한 86 멕시코월드컵 이후 한국은 단 한 번의 월드컵도 거르지 않고 개근 중이다. 90 이탈리아월드컵, 94 미국월드컵, 98 프랑스월드컵은 물론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2002 한일월드컵 이후로도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고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8번 연속 그리고 총 9번이나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역대 월드컵 도전사에 기억에 남을 만한 최악의 편성은 54 스위스월드컵과 86 멕시코월드컵을 꼽을 수 있다. 54년 당시 한국은 푸스카스가 이끄는 당대 세계 최강 헝가리를 비롯해 한국으로서는 버거운 상대인 터키 그리고 당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서독(현 독일) 등과 함께 2조에 편성됐다. 비행편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선수들이 서로 다른 비행기로 나뉘어 겨우 현장에 도착해 경기도 가까스로 치렀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고 결국 한국은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대패하며 첫 월드컵을 마쳤다. 당시 제도 하에서는 한 조에 속한 팀들이 추첨을 통해 두 팀과만 대결하는 방식이었기에 서독과는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86 멕시코월드컵은 32년만에 월드컵 본선 복귀였지만 조 편성은 최악이었다. 전 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그리고 동유럽의 복병 불가리아와 한 조에 묶였다. 한국은 디에고 마라도나가 버틴 아르헨티나 전에서 선전했지만 1-3으로 패했다. 박창선이 월드컵 본선 1호골을 뽑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 외에도 호르헤 브루차가, 호르헤 발다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했다.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월드컵 역사상 첫 승점을 올린 한국은 하지만 이탈리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선전했지만 2-3으로 패하며 역시 대회를 조기에 접어야 했다. 이탈리아 역시 당대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던 지안루카 비알리, 알레산드로 알토벨리 등 호화 공격 진용에 수비진은 주세페 베르고미가 이끌었다. 그럼에도 최순호와 허정무가 한 골씩을 터뜨리며 이탈리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점은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