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잠재성장률 해법은 R&D 투자-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입력 2013-12-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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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은 기업에서 나오고 기업경쟁력은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고 한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이 약해지고 신흥국 특히 중국이 부상하면서 국가간 기술우위 경쟁이 격심해지고 있는데, 특히 연구개발이 핵심이 되고 있다. 뛰어난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에는 세계 100대 글로벌기업의 75%가 연구소를 두고 있고, 노동집약에서 자본집약 산업으로 구조전환하고 있는 중국도 105개 도시에 하이테크 산업단지를 두고 첨단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가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믿음은 일반적인 것 같다. 포춘지는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연구개발에 더 많은 자본을 써야 한다고 하고 있고, 유럽연합위원회도 회원국들에게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빠른 세계화와 정보통신 발달로 기술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경쟁력 있는 연구개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창조경제, 창의적인 중소벤처기업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연구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연구개발 현실은 어떤가. 금년 정부의 연구개발비는 약 16조원으로 GDP 대비 4.1%, 민간을 포함한 총 연구개발비는 54조원으로 GDP 대비 12%나 돼서 세계적으로 봐도 톱 상위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의 양(量)보다 질(質)이 더 중요하다고 보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는 평가다.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보면 첫째, 발주 연구개발용역은 많지만 그것을 수행할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연구개발 용역 발주에 치중하기보다 연구인력 양성에 더 주력해야 한단 얘기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연구인력 1~2명이 8~10개의 프로젝트를 동시 수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둘째,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중소벤처 기업을 위한 연구개발비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연구개발비 중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는 2조3000억원으로 13.5%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부분적으론 대기업에 빨려들어가는 연구개발 용역도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론 더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칫 중소벤처 기업은 부담금과 기술료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셋째, 정부가 연구개발을 발주, 지원할 경우 아무래도 성격상 운영이 경직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중소벤처 기업의 연구개발 수주 과정은 각 단계가 나눠져 아이디어 발굴부터 연구개발착수까지 최대 1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이래서는 빠른 기술 변화 현실에 대응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연구개발에 대한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정책당국도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생산성의 중요성을 감안, 연구개발의 질적 향상 방안을 생각해보면 첫째, 이공계 우대 및 연구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인센티브 부여, 예컨대 사업 모델의 스톡옵션, 과감한 병역특혜, 대학평점시의 가점 등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둘째, 보다 확실한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이다. 대기업 연구개발 지원은 글로벌 경쟁력 관련 등 특정분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중소벤처 기업 지원 확대로 돌릴 필요가 있다. 셋째, 효율적인 연구개발이 되려면 산학관(産學官)의 협력만으론 부족하다. 산학관(産學官)에 앞서 투자자들로 하여금 어떤 연구개발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먼저 판단하게 할 필요도 있다. 예컨대 벤처캐피탈이 투자해서 인큐베이팅할 때 정부는 그 투자자금의 5~6배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하고 성공시 소정의 기술료를 돌려받는 식이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중반 벤처창업 붐을 일으킬 때 이러한 투자연계 연구개발 모델을 활용하여 크게 성공한 바 있다. 끝으로 경직적 운영의 개선책으로 상시 제안제와 자유 제안제 검토를 권한다. 기간을 미리 정하지 말고 수시 접수해서 단기간에 결정 가능할 수 있어야 하며, 주제를 미리 정하지 말고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자유 제안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 기술 및 연구개발 전쟁시대다. 기술이 매우 빨리 변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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