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PC업체인 대만 에이서의 경영 구도가 이달 들어 두 번이나 요동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JT 왕 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짐 웡 사장이 동반 퇴진하고 스탄 쉬(68) 설립자가 임시 회장 겸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JT 왕 회장은 이달 초 수개월 안에 은퇴하고 현 사장인 짐 웡에게 자리를 물려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이 지나가기도 전에 두 사람 모두 퇴출된 것이다.
회사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경영성과에 비추어 두 사람이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이서가 경영공백을 메울 인사로 선택한 카드는 지난 1974년 에이서를 설립하고 2004년에는 일선에서 물러나 쉬고 있던 스탄 쉬라고 FT는 전했다.
빈센트 천 위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는 정말 과감한 변화”라며 “스탄 쉬가 회사를 변화시킬 인사로 선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서는 PC시대가 쇠퇴하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로의 사업 확대도 원활하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에 에이서는 최근 전체 직원의 7%를 감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스탄 쉬는 현재 회사 지분 2.64%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에이서 설립자로서 명망이 높기 때문에 다른 경영진이 할 수 없던 과감한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혁신이 퇴색한 에이서가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에이서는 연구ㆍ개발(R&D) 지출을 줄이면서 다른 회사의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사인 레노버는 화면 이탈착이 가능한 태블릿PC와 노트북 겸용 새 PC를 선보이기도 했다.
에이서 주가는 올들어 38%나 하락했고 지난 3분기에는 매출이 전년보다 11.8% 감소하고 4억4200만 달러(약 4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