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는 천덕꾸러기?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11-15 11:01 수정 2013-11-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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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프로골퍼 미셸위, 최유림, 프로복서 김주희.

“은퇴하니 대접이 달라지더군요. 취업을 하자니 받아주는 곳이 없고, 사업을 한다니까 피하는 눈치였습니다.”

은퇴 후 백수 신세로 전락한 한 스포츠 스타의 푸념이다. 국내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는 은퇴 후 행복하지 못하다. 화려했던 명성은 간 데 없고 무능력한 천덕꾸러기가 되기 일쑤다.

어릴 적부터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 기본적인 사무조차 불가능한 사람을 받아줄 직장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전통적으로 학업을 멀리 해온 이 시대 스포츠 스타들의 예고된 불행이다.

일부는 ‘기본적인 학식조차 갖추지 못한 선수들의 책임이 크다’며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대비하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들은 자책보다 원망이 앞선다. 특히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올림픽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만큼 ‘올림픽 메달리스트 = 애국자’로 봐달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은퇴 후에는 취업 지원 등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혹독한 훈련과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 10일 부산 기장의 아시아드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은 올 시즌 17번째 챔피언이다.

최유림은 2009년부터 2년간 2부 투어 격인 드림투어를 거쳐 2011년 힘겹게 정규투어에 데뷔했지만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올해 경희대학교 골프산업학과를 졸업한 그는 투어에 참가하면서도 성적 우수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골프와 학업을 병행한 선수는 올 시즌 탄생한 17명의 챔피언 중 최유림이 유일하다.

그의 꿈은 골프선수로서 최고 자리에 오르는 것이지만, 은퇴 후에는 강단에 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고된 훈련으로 녹초가 되더라도 책을 펼쳐야 했고, 졸음이 쏟아져도 벌겋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시험공부를 했다. 때로는 다른 선수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느껴야 했지만 학업 포기는 없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골프천재로 주목받던 미셸위(26·위성미)도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대회 성적 부진에 따가운 눈총까지 받았다. 여자프로복싱 세계 8대 기구 통합 챔피언 김주희(27·거인체육관)는 혹독한 훈련 후 밤새도록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이래도 원망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겠는가. 제2의 인생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는 선수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수 시절뿐 아니라 은퇴 후 먼 미래까지 생각해 두 배, 세 배로 땀을 흘린 결과다. 운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학업을 포기한 것도 선수 개인의 선택이었다. 누구도 그들에게 ‘학업을 멀리 하라’라고 말하지 않았다.

스포츠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스포츠 경기력은 물론 외교·행정·매니지먼트 등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 크게 늘었다. 그들이 동경하던 스포츠 스타들이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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