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
지난달 6일 현대자동차 채용 시험에 나온 문제다.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인재를 찾고자 새로 도입한 것이 에세이 평가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최근 대기업 채용에는 인성과 가치관을 중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인문학(역사·철학·고전·문학)이 재조명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로 인해 관련 지식을 얻고자 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문학 소양 습득에 인문학 서적들이 길잡이가 된다고 조언했다. 홍정선 문학평론가는 “인문학이란 인간 또는 자신의 가치를 탐구하고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고전이나 역사·철학 등 인문 교양서들을 읽는 것이 인문학적 소양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인문교양 책은 어떤 게 있을까. 그동안 고전 문학류가 일반적 인기를 끌었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주현성), ‘여덟 단어’(박웅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최진기의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등이 시선을 끌었다. 이들 도서가 독자의 호응을 받는 이유가 있다. 인문 교양서가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벗었기 때문이다. 예스24 인문사회분야 김성광 MD는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등이 인기를 끈 것은 쉬운 인문서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은 인문학 기초 분야의 정돈된 지식을 알려준다.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 글로벌 이슈 등 인문 교양의 핵심 주제를 체계적으로 쉽게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는 서양철학, 동양철학, 현대사상, 서양미술사, 역사 등 폭넓은 인문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제공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만화를 통해 역사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한다. 그럼에도 탄탄한 고증을 거친 역사서임은 분명하다.
관계자들은 당분간 이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김현정씨는 “대중적 인문학 개론서들의 출간이 이어져 일반 독자들에게 관심을 모은다”며 “친숙하고 쉬운 인문서들이 꾸준히 눈길을 끌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