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메달 순이 아니잖아요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10-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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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 개봉된 강우석 감독, 이미연 주연의 영화다. 전교 1등 은주가 7등으로 밀려나자 부모의 차가운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내용이다.

당시 성적지상주의에 시들어가던 사회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3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D-100 미디어데이는 25년 만의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었다.

이 행사는 내년 2월 열리는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준비상태와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피겨여왕’ 김연아(23), ‘빙속여제’ 이상화(24) 등 올림픽을 앞두고 동계 스포츠 스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로 뜻 깊고 설레는 날이다.

그러나 설렘을 만끽하기에는 주변의 기대감이 부담스럽다. 앞으로 100일. 선수들은 시험을 100일 앞둔 수험생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의 얼굴은 밝지 않다. 설렘보다 긴장감이 역력하다.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중압감이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을 듯하다.

그럴 만도 하다. 올림픽 기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각국의 메달집계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캐나다, 독일, 미국, 노르웨이에 이어 종합 5위를 차지했다”며 거의 모든 매체가 경이로움을 표했다.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그러나 온 국민을 웃고 울리는 올림픽 메달집계는 오해와 편견의 주범이다. 메달이 추가될 때마다 실시간 메달 순위를 발표, 그야말로 메달 획득의 격전장이다. 올림픽정신은 간 데 없고 오로지 메달 획득에만 혈안이다.

메달 하나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재고도 가능하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아직도 ‘메달 순위=스포츠 선진국 or 강대국’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포츠 경기력이 뛰어나다 해서 후진국이 하루아침에 선진국이 될 리가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열등감에 휩싸인 사람처럼 메달집계라는 단순 비교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렇게나마 스포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욕심이 문제다. 행복지수보다 메달 순위, 스포츠 참여도보다 메달 횟수, 내실 있는 2등보다 속이 곪아 터진 1등에 환호하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K-POP과 영화 등 대중문화를 넘어 이제는 스포츠로 역영이 확대되고 있다. 2002 한·일 FIFA월드컵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스포츠 외교에서도 발군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대한민국 스포츠를 부러워하는 나라도 많다.

그러나 속이 곪아 터진 스포츠 한류는 부끄러울 뿐이다. 언제까지 자화자찬할 터인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대표 선수들의 무거운 표정이 한국 스포츠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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