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누가 작가에게 권력을 부여하나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3-10-29 10:5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중견작가들 중에는 이른바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작가가 김수현, 문영남, 임성한, 김은숙 같은 작가들이다. 최근 JTBC ‘썰전’에서는 ‘예능심판자’ 코너에서 이들 네 작가의 성향을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 드라마든 예능이든 혹은 다큐멘터리든 작가들은 항상 작품 뒤로 숨겨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에 거론된 이른바 ‘시청률 보증수표’ 작가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끌어갈 정도의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작품들은 기본 30%의 시청률에서 많게는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꽤 오래도록 드라마계에서 이들의 파워는 건재했다. 김수현 작가의 경우 국내 드라마 작가들에게는 하나의 길을 열어준 존재로까지 추앙된다. 멜로드라마와 가족드라마라는 국내 드라마의 전통을 세우기도 했고, 드라마업계에서 작가들의 위상을 제대로 만들어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재진행형인 그녀의 드라마에서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발견하기 힘든 현재적인 날카로움이 여전하다. 실로 김수현 작가가 가진 파워는 상당 부분 그녀의 콘텐츠가 가진 내용의 질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문영남 작가의 경우 주말드라마에서 주로 힘을 발휘해 왔는데, 거기에는 다분히 막장적인 캐릭터의 역할이 주효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늘 ‘울화통 터지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현 세태가 갖고 있는 속물 근성을 끄집어내는 인물군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시청자들을 속 터지게 만들어 TV 앞에 끌어 앉혀 놓는 낚시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문영남 작가는 그나마 작품 속 캐릭터나 스토리 흐름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일정 부분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의 경우는 다르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들은 개연성을 찾기가 어렵고 캐릭터들 또한 비상식적인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어찌 보면 시청률이라는 목표를 위해 세워진 작가의 인형들처럼 움직인다. 그러다 쓸모가 없어지면 중간에 서슴없이 용도 폐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오로라공주’ 같은 경우에도 이유 없이 여러 인물들이 하차함으로써 심지어 ‘서바이벌 드라마’라는 비아냥까지 듣게 되었다. 워낙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인지 시청률은 예전만 못하다.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 임성한 작가의 파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들보다는 젊은 작가지만 김은숙 작가의 경우는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 이른바 ‘믿고 보는 작가’로 불린다. 꽤 오래도록 로맨틱 코미디 한 장르만을 쥐고 반복해왔지만 그때마다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낳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이야기의 알맹이는 물론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에 열광한다. 물론 다 성공적일 수는 없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상속자들’은 예상 밖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 김은숙 작가의 맹점으로 불리는 이른바 ‘자기복제’는 패가 드러날 때 작품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다.

작품을 잘 써서 작가가 파워를 갖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잘못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저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로 힘을 갖게 되고 그 권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작가가 특정 연기자를 사심을 섞어 시쳇말로 매번 꽂아주는 행위나, 드라마 속 PPL을 사적인 욕심으로 집어넣는 행위, 또 나아가서 지나치게 권력화되어 PD든 배우든 심지어 방송사든 아랑곳없이 군림하려는 행위 등은 드라마 업계 전체에 커다란 장애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작가의 지나친 권력이 갖는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보다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알량한 필력으로 대중을 쥐고 흔들어 시청률을 끄집어내려는 작가들도 있다. 결국 이것은 대중에게는 일종의 콘텐츠 공해가 될 수 있다. 왜 대중들이 작가가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른 작품에 휘둘려야 한단 말인가. 작가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대중이다. 시청률이 좀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대중들과의 공감이 아니라 불쾌감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권력은 가짜일 수밖에 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더 우울해진 한국인…10명 중 7명 "정신건강에 문제" [데이터클립]
  • ‘최애의 아이 2기’ 출격…전작의 ‘비밀’ 풀릴까 [해시태그]
  • '바이든 리스크' 비트코인, 5만5000달러로 급락…4개월 만에 최저치 내려앉나 [Bit코인]
  • 현아·용준형 진짜 결혼한다…결혼식 날짜는 10월 11일
  • [날씨] "출근길 우산 챙기세요" 수도권 천둥·번개 물폭탄…무더위는 계속
  • 맥북 던진 세종대왕?…‘AI 헛소리’ 잡는 이통3사
  • [기회의 땅 아! 프리카] 불꽃튀는 선점 전쟁…G2 이어 글로벌사우스도 참전
  • 국산 신약 37개…‘블록버스터’ 달성은 언제쯤? [목마른 K블록버스터]
  • 오늘의 상승종목

  • 07.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9,509,000
    • -2.14%
    • 이더리움
    • 4,169,000
    • -2.11%
    • 비트코인 캐시
    • 446,700
    • -4.24%
    • 리플
    • 602
    • -2.9%
    • 솔라나
    • 188,600
    • -4.31%
    • 에이다
    • 499
    • -3.48%
    • 이오스
    • 699
    • -4.51%
    • 트론
    • 177
    • -3.8%
    • 스텔라루멘
    • 120
    • -4.76%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050
    • -2.53%
    • 체인링크
    • 17,910
    • -1.1%
    • 샌드박스
    • 405
    • -4.2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