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로 국내 대기업집단의 재무안정성에 대한 관심도가 커가는 가운데 20개 중견그룹 상장사의 절반가량이 재무상태에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특히 동부와 효성, 코오롱그룹 상장사의 재무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 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은 최근 5년래 유동비율이 감소하고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등 재무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상장사들은 유동비율 감소, 부채비율 증가, 이자보상배율 감소라는 삼중고(三重苦)를 보이기도 했다.
17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토대로 공정위 발표 기준 20~40위권 중견그룹 소속 87개 상장사의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 58.6%(51개사)가 재무안정성 평가지표인 유동비율 및 부채비율이 기준치(유동비율 100% 이상, 부채비율 200% 미만)에 미달했다. 여기에 또 다른 안정성 평가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을 추가하면 잠재적 유동성 위기 요소를 갖고 있는 상장사 수는 더 늘어난다.
특히 20대 중견그룹 중에서도 동부와 효성상장사의 재무지표가 부진했다. 동부그룹 상장사는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 동부CNI, 동부로봇, 동부라이텍, 동부건설 등 6개사다. 이들 중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 동부건설의 부채비율이 위험수준인 200%를 넘어섰다. 반기 말 기준 동부제철 부채비율은 271.8%, 동부하이텍 368.5%, 동부건설 499.4%다. 이들 3개사는 유동비율도 기준치에 미달했으며 이자보상배율은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이 1 미만으로 금융이자가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아울러 동부건설은 이자보상배율이 -1.3으로 최근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체 부채비율이 최근 10년간 260% 수준을 유지했는데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며 “자산과 지분 매각,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내년까지 그룹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추는 작업에 좀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의 경우 6개 상장사 중 효성과 효성ITX가 유동비율 100% 미만이었으며 진흥기업의 부채비율은 450.9%에 달했고 신화인터텍도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200.4%를 나타냈다. 또 진흥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 상태, 신화인터텍은 0.4에 불과했다. 이에 진흥기업은 부실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초 자본감소를 실시한 바 있다.
반면 6개의 상장사를 두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과 2개의 상장사를 보유한 KCC그룹은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현대HCN, 한섬, 리바트 등 6개사 모두 부채비율이 100% 미만에서 관리되고 있다. 또 유동비율은 낮게는 100%대에서 높게는 600%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자보상배율도 기준치인 1을 훌쩍 넘고 있다.
KCC그룹 역시 KCC의 부채비율은 36.4%에 불과하며 유동비율은 올해 반기 200%대를 회복했다. KCC건설의 경우 최근 5년간 부채비율이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200%를 넘지 않으며 유동비율은 154.1%, 이자보상배율은 1.2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