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몰락의 재구성]투자자ㆍ판매자 모두 “피해자”… 그럼 누가 책임?

입력 2013-10-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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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에도 상품가입 권유… 직원들 “회사경영진에 속았다” 반발하며 논란 거세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내 마련된 동양그룹 관련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서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신고 접수 안내를 받고 있다. 뉴시스

# 분당에 사는 A씨는 “동양그룹 위기설이 대두되는 9월 추석 전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삼성역 지점 직원이 ‘현재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동양그룹 위기는 사실이 아니다. 상품은 안전하니 더 투자하라’고 권유해 재투자를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지방에 사는 B씨는 지난 8월 (주)동양 전자단기사채에 2000만원을 투자한 후 만기가 돼 돈을 찾았다. 이후 평소 거래를 해오던 지점 직원으로부터 재투자 권유 전화가 왔고 이에 응했다. B씨는 “직원에게 ‘남편이 암수술로 입원해 있는 상태이고 나이가 들어 위험한 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위험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안전하다고 재차 안심시켰다”며 “이건 사기에 해당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동양그룹은 (주)동양 등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 개인투자자에게 팔며 부실을 전가했다.

동양은 그룹의 유동성 압박이 지속되자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올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70억원어치의 ABCP를 발행,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4700여명의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 (주)동양을 비롯해 5개 계열사가 법정관리 신청을 함에 따라 ABCP가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

◇“너도나도 피해자”…가해자는 없다? = 동양그룹이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음날인 1일 오전부터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신고센터에는 투자자들이 몰려와 “이건 사기다. 추석 전날까지 전화를 걸어 상품 판매를 권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불완전판매 선두에 나선 동양증권이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금난이 불거진 추석 전날에도 전화를 걸어 재투자 등 상품을 권유한 직원들은 “자신들도 그룹 회장과 증권사 경영진에게 속았다”고 해명하는 등 불완전판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방의 A지점 직원은 그룹과 증권사 경영진이 끝까지 직원들을 안심시키며 투자상품을 판매하도록 유도했다며 투자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물건을 판매한 직원 K씨는 투자손 실을 보게 된 고객 A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지금까지 직원들과 고객들을 기만한 경영진에 대해 분노와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분노감을 드러냈다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라고? …두 번 우는 피해자들 = 같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도 결국 동양증권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나란히 핵심 가해자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를 당했다는 핵심자료에 해당하는 녹취파일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가 녹취파일을 줄 근거가 없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정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란 판매 당시 금융회사 직원이 투자자에게 중요사항을 설명하지 않거나 부당권유를 하는 경우 성립된다”며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녹취 등 증거를 확보하거나 관련 투자자를 일일이 면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전수조사는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4만9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의 전수조사를 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결정적 단서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지켜보는 형국이다.

이에 보다 못한 금융소비자원이 나서 국민검사청구 2호를 신청했다. 국민검사청구명은 ‘동양증권 불완전판매로 인한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전수)조사 및 동양그룹 CP, 회사채 판매, 발행 적법성 여부 등에 관한 건’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감원은 4만9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의 전수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가려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국민검사청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혼란스러운 투자자들 = “분쟁조정 신청을 하라고 해서 금융감독원 1층 민원센터에서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분쟁조정 신청이 정말로 된 건가요? 연락이 없습니다.”

한 50대 투자자가 답답한 마음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묻은 내용이다.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절차 등 상황에 대해 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신청이 밀려 절차 소개 등 안내가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할 뿐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50~60대여서 혼란스러움과 답답함은 배가 되는 상황이다.

한 60대 투자자는 “금융소비자원을 통해 집단소송에 나서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은 자동 취소된다고 한다. 금감원으로 가야 할지 금소원으로 가야 할지 헷갈린다”며 혼란스러움을 호소했다.

분쟁조정과 법정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 금감원 규정 탓이다. 법정소송 시 금감원의 분쟁조정 신청이 자동 취소되는 부분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법원의 소송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소송을 걸면 분쟁조정이 취소되는 규정은 결코 소비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분쟁조정 결렬 시 민사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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