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강수연의 도전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10-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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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LPGA 홈페이지)

13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현의 도메이 골프장. 호리호리한 몸매의 한 여인이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곱상한 외모가 왠지 낯설지 않은 그녀는 2000년대 초반 한국여자프로골프 중흥을 이끌었던 강수연(37)이다.

강수연은 이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스탠리 레이디스 골프대회에서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200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 이후 8년 만의 정상이다.

주말ㆍ휴일 국내외 프로골프대회에서는 여러 명의 챔피언이 탄생했지만 강수연의 우승은 조금 특별하다. 주니어시절부터 골프천재로 주목받던 그는 박세리(36ㆍKDB산은금융), 김미현(36), 박지은(35)과 함께 2000년대 초반 LPGA투어를 호령했다.

그러나 강수연은 부상과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하고 추락했다. 세월의 무게도 견디기 힘들었다. ‘골프천재’ 강수연은 그렇게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더 이상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폰서도 외면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1년 일본으로 건너가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골프천재’의 훼손된 자존심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식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게다가 올해 서른하고도 여덟이다. 박세리는 물론 이미 은퇴한 김미현, 박지은보다 많은 나이다. 현재 국내외 활약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 중 최고령이다.

그렇게 8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강수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골프천재’에서 ‘노력형 선수’로 바뀌었다. 그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현역 최고 스타가 바닥을 찍고 다시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정상에서 바닥으로의 추락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혹독하다. 어지간한 인내와 노력이 아니고서는 재기가 어렵다.

그래서 강수연의 우승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경기 한파 때문인지 과거 잘 나가던 시절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는 수백 명 거느리던 사장이었는데” “왕년엔 누구보다 잘 나갔지” “예전엔 부러울 게 없었어”라며 무용담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 시절로 돌아가지 못한다. “나이 때문에…”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아니 나이를 핑계로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포기하지 않는 한 노병은 살아 있습니다.” 강수연의 우승 소감이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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