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똑똑한 은퇴]우리의 노후준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입력 2013-10-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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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 은퇴연구소장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평균 53세에 주된 직장에서 떠난다. 하지만 워낙 비싼 부동산과 물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자녀에 대한 막대한 지출로 노후준비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상당수가 직장을 떠나가는 베이비 부머(1955년~1963년)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이후에 따라오는 40대들 역시 노후준비가 취약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러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노후준비, 은퇴설계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하며, 내 노후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경고가 많아졌다. 그나마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중장년들의 노후준비는 나아지기보다는 점차 악화하고 있다. 현장에서 중년들을 만나서 상담을 해보면 한결같이 몇 가지 문제점을 하소연하고 있다. 첫 번째는 퇴직으로 규칙적인 수입은 끊어졌지만 자녀의 학비나 부모생활비는 계속 지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50~60대들은 부모를 모신 마지막 세대로서 부모 부양에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부모님들에게 생활비 일부분을 지원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하면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고 그 비용을 물고 있다. 게다가 자녀는 아직 대학을 끝내지 못하고 있거나 수년간 하게 되는 취직공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중 삼중고로 시달리는 지경이다.

두 번째는 아직은 일할 나이이지만 마땅하게 재취업할 일자리가 없다. 정부나 각종 단체에서 일자리를 주선해주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보수도 형편없이 낮아지는데다가 하는 일도 허접한 보조업무가 많아서 만족도가 높지 않다. 정부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1년 이상 취업을 보장받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일 정도로 열악하다. 다단계 마케팅과 같이 은퇴자의 얄팍한 호주머니를 노리는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세 번째로는 한결같이 중장년들은 은퇴 후 삶을 불안하게 바라만 보지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재산이 부족해서 노후 삶이 어려울 것 같으면 그만큼 지출을 줄이는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합리적이다. 재산이 어느 정도 있다 하더라도 진지한 은퇴생활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경제개발 세대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근로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여가생활에 약하고 자아실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는 외국의 금융회사들이 사용하던 돈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은퇴설계가 도입되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은퇴생활에는 돈 문제 말고 공동체, 가족, 취미 여가, 자원봉사, 자기계발, 건강 등 해결해야 할 다양한 주제들이 존재한다. 노후준비가 돈 문제 위주로 흐르다 보니 노후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다음으로 노후자금 문제는 더하기와 빼기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더하기는 더 오랫동안 일하고, 더 저축하는 방법을 말한다. 최근과 같은 경제상황하에서는 쉽지 않으므로 빼기에 치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노후준비에서 빼기란 지출을 줄이고, 주택을 다운사이징 하는 것을 말한다. 자가용을 없애고, 경조사비를 줄이고, 자녀관련 지출을 줄이도록 노력하면 된다. 우리는 너무 많이 소비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량소비로는 노후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어렵다. 많은 은퇴자가 소비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산다. 이들은 적게 쓰고 느리게 살면서 젊은이들과 취약한 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소비는 반으로 줄고 행복은 두배로 늘어나는 은퇴설계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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