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꾼 리더십]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人·品·勢’

입력 2013-10-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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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쾌속 질주’ 비결은 품질우선·글로벌 공격경영…통큰 보상·‘컴백인사’도

“차가 아주 잘 나왔다. 국내에 있는 다른 직원들도 보고 참고하라고 일러달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서 열린 공장 준공식에서 현지 전략 차종 ‘HB20(현지명 아가베 빈치)’을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호탕한 웃음을 곁들이면서였다.

당시 그의 옆에는 양웅철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 담당 부회장, 안건희 이노션월드와이드 사장,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 등이 있었다.

정 회장과 그룹의 경영진이 모인 한 장의 사진과 같은 찰나였지만 이를 통해 그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성과를 칭찬하고 이를 따르게 만드는, 즉 ‘사람을 통해 품질을 챙기고, 품질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경영.’ 정 회장의 경영방식이자 지난 10여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변화시킨 원동력이다.

◇인화(人和)로 성장하다 = 정 회장은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성과를 냈을 때는 통큰 보상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초 기아자동차가 ‘K9’을 출시할 때도 정 회장은 ‘성과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는 K9 출시 전 눈을 가리고 뒷자리 시승을 했다. BMW의 ‘7시리즈’, 아우디의 ‘A8’ 등 수입차와 비교 시승을 하기 위해서다. 블라인드 시승 뒤 정 회장은 K9의 품질과 디자인에 크게 만족해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회장은 K9 개발의 주역들에게 특별 포상과 휴가를 줬다고 한다.

한 번 쓴 인사를 다시 부르는 정 회장 특유의 ‘컴백인사’도 인화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이 같은 사례가 한두 번 있을 때는 특이한 인사 방식 정도로 평가됐다. 그러나 사례가 누적되고 돌아온 인사들이 성과를 내자 컴백인사 방식이 재계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초 사표를 받은 윤여철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을 지난 5월 불러들였다. 윤 부회장은 돌아온 뒤 올해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윤 부회장뿐만이 아니다. 한규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은 작년 말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5년 만에 복귀했다. 현대로템은 회사의 성장으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품질(品質) 강조는 성장의 기초 = 정 회장은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방식 이외에 ‘품질 우선주의’를 성장의 기초로 삼았다.

정 회장이 품질 경영을 강화한 것은 2000년부터다. 당시 그는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온 뒤 ‘품질은 떨어지지만 값은 싼 차’라는 이미지로는 세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은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품질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했다. 이후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각오로 2000년 ‘품질경영’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종합 품질본부를 설치했다. 정 회장은 매월 열리는 품질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또 본사 건물 1충에는 품질회의장과 품평회장을 설치해 수시로 개선점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은 2004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현대차는 2004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제이디파워(J.D.Power)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사상 처음으로 토요타를 제치고 일반브랜드 부문 4위에 올랐다.

당시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 ‘지구는 평평하다(The Earth is flat)’고 표현할 정도로 놀라워했다.

이후 현대차는 2009년 일반브랜드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제네시스’가 제이디파워의 내구품질조사(VDS)에서 중형 고급차 부문 1위에 올라 고급 세단 영역에서도 현대차의 입지를 늘리고 있다.

사람을 중시하는 정 회장이지만 품질에서는 양보를 하지 않는다. 굳이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품질 다음이 인재 경영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 회장이 지난해 미국에서 연비 오류 사태가 난 직후인 11월 엔지니어를 전면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것도 품질 우선주의가 배경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세(攻勢)적 경영 스타일, 세계시장 초석 다져 = 정 회장은 무뚝뚝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자가 다가가도 쉽게 말을 꺼내지 않는다. 정 회장은 경기도 남양주 해비치 골프장에서 종종 골프를 즐길 때도 18홀을 도는 동안 말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 회장은 골프를 골프채로만 친다(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평소 성격과 달리 경영에서는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해외시장 개척을 보면 그의 경영 방식이 수세가 아닌 공세인 것을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2000년께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 건설을 전격 결정했다. 현대차는 1989년 완공한 캐나다 브로몽 공장이 누적적자로 1993년 철수했던 뼈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미국 공장 건설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1999년 앨라배마주로부터 공장 건설 요청을 받은 뒤 착공에 들어간 2002년까지 두 달에 한 번꼴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현지 시장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중국에서는 ‘고급차 판매 전략(D+S 전략, 중형차SUV 판매 확대)’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에서 소형차를 많이 파는 전략에서 벗어나 고급차 영역에서도 현대차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베이징현대(현대차 중국법인)가 올해 상반기 판매한 51만842대 중 ‘밍위(국내명 EF쏘나타)’, ‘ix35(투싼ix)’, ‘싼타페’ 등 D+S 차량 판매량은 19만751대로 전체 판매의 37.3%를 차지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00년, 정 회장은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를 만나 베이징기차와의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우여곡절 끝에 합작 허가를 받아냈다. 그해 11월 아반떼를 베이징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진출 10년 만에 현대차가 고급차의 중소형차 부문에서 모두 두각을 보이는 투 트랙 전략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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