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부작 드라마 최종회에서 현대차는 과감하게 신기술을 노출했다. 마지막 장면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면서 시종일관 화면을 누볐던 현대차 신형 그랜저는 마침내 혼자 자동주행을 시작한다. 주인공 비가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하나 누르고, 조수석 이나영과 입맞춤을 시작한다. 그동안 그랜저는 유유히 혼자서 도로를 누비며 달린다. 이른바 ‘통합형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대단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이미 나와 있는 옵션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원리를 깨달으면 이해도 쉽다.
먼저 최근 국산 고급차에도 장착되고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이다.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기능이다. 필요하면 급정거도 가능하다.
두 번째, 좌우 차선을 감지해 운전자의 졸음운전 여부를 경고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대차 투싼ix와 아반떼MD에 장착되는 ‘평행주차’ 기능의 일부를 포함하면 된다.
크게 이 3가지 기능을 묶으면 차는 스스로 달릴 수 있다.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좌우 차선을 감지한 다음 △스스로 핸들을 돌리면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앞차만 따라간다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 있는 그랜저에도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단한 신기술처럼 보이지만 이미 1990년대 일본 혼다가 먼저 개발한 HIDS(Honda Intelligent Driving System)가 밑그림이다. 현대차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스마트한 자동차 만들기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이제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면 목적지까지 혼자 달리는 차가 나올 수도 있다. 기존 장비를 통합해 컨트롤하는 만큼 가격도 비싸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신기술이 나왔어도 당장에 양산차에 접목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문제도 산더미다. 자율 주행시스템 때 사고가 나면 운전자와 자동차 회사 누구의 책임인지 가리기 어렵다. 여기에 ‘자살폭탄테러’가 확산될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단 한 건의 오류도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차 회사 연구진들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차와 관련된 스마트 시스템은 이처럼 다양하고 신기하다. 최근에는 전기차가 도로 밑에 깔린 충전 시스템을 이용해 주행 중에도 충전하는 기능이 나왔다. 시스템이 확대되면 주유소는 물론 전기차 충전소까지 사라질지 모른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도로에서 전기를 훔쳐가는 도둑도 염려해야 한다.
스마트카를 위한 다양한 신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양산에 앞서 선결과제도 산더미다. 기술이 앞서가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