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임창용의 선물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9-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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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나이를 잊은 투혼이다.” 한가위 아침, 서른여덟 임창용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임창용(시카고 컵스)은 1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 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 빅리그 진출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이로써 임창용은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요즘 임창용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요 모험이다. 서른여덟, 남들은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고려할 나이다. 새로운 무대에서 도전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지간한 의지와 결단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임창용 삼자범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오르내렸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투수로서 1이닝 삼자범퇴는 그렇게까지 영광스러운 기록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야구신동이라 불리며 한ㆍ일 마운드를 섭렵했던 임창용으로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메이저리그라는 새로운 출발대에 섰지만, 오늘의 마운드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선수로서는 고령이 됐다. 이틀이 멀다하고 마운드에 올랐던 전성기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는 메이저리그가 아닌가.

그래서 그의 도전은 잔잔한 감동으로 몰려온다. 기자는 임창용과 얼추 비슷한 세대다. 하지만 기자는 40년을 살아오면서 거창했던 꿈들을 하나둘씩 잃어버렸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퇴색해버린 꿈도 있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 “이 나이에 무슨” “이젠 쉴 때도 됐지” “내가 그런 걸 할 나이는 아니지” “어린 친구들과 경쟁해서 되겠어” 등 나이로 인해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의미에서 ‘1이닝 삼자범퇴’는 하루하루 혼신의 힘을 다하며 끝도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임창용의 노력의 산물이다. 어떤 기록이 이보다 위대할 수 있을까. 나이로 인한 편견으로 퇴색해버린 꿈과 도전을 다시 찾을 수 있었으니 결코 과찬은 아닌 듯하다.

세상의 온갖 편견을 160㎞ ‘뱀직구’에 실어 던지는 임창용의 도전은 넉넉지 않은 한가위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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